김건희 항소심 징역 5년…바쉐론 시계·세한도는 무죄

공천·인사·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2심 재판부가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와 세한도 복제품 수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면서 형량은 1심의 징역 7년에서 징역 5년으로 줄었다. 추징금 역시 6480만원에서 2440만원으로 감소했다.

서울고법 형사15-3부는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여사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우환 화백의 그림과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 등 일부 금품을 몰수하고 2440만원을 추징하도록 명령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일부 금품에 대해서는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지만, 나머지 주요 금품 수수 혐의는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큰 변화는 3990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와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에게 받은 세한도 복제품에 대한 판단이다. 1심은 관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금품과 청탁 사이의 대가관계, 그리고 김 여사가 그 대가성을 인식했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징역 7년에서 5년으로 줄어든 이유는

항소심은 김 여사가 2022년 9월 서성빈 드론돔 대표로부터 3990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를 받은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이 부분은 1심과 항소심의 결론이 달라진 대표적인 쟁점이다.

1심은 서 대표가 로봇개 사업과 관련해 김 여사의 영향력 행사를 기대하면서 시계를 제공했고, 김 여사 역시 이러한 사정을 적어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판단해 유죄로 봤다. 그러나 항소심은 시계가 사업 청탁의 대가였다는 사실과 김 여사가 그 대가성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는지를 다시 따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가 서 대표에게 손목시계 구매를 대신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설령 서 대표가 자신의 비용으로 시계를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김 여사가 로봇개 사업과 관련한 알선의 대가라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해당 사업의 규모도 판단 근거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원본 사건에서 언급된 사업비는 1793만원이었고, 드론돔이 임차료 전액을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에 전달해 별도의 이익을 얻지 않았다는 사정도 고려됐다. 사업 계약금보다 훨씬 비싼 3990만원 상당의 손목시계를 청탁 목적으로 제공했다는 검찰 측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또 김 여사가 시계를 받았을 당시 서 대표가 추진하던 로봇개 사업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정황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형사재판에서는 금품이 오갔다는 사실만으로 알선수재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금품과 알선 사이의 대가관계, 피고인의 인식 등이 증명돼야 하는데 항소심은 이 부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세한도 복제품도 무죄…금거북이 등 나머지는 유죄 유지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과 관련한 혐의에서도 항소심 판단은 일부 달라졌다. 김 여사가 받은 세한도 복제품에 대해서는 국가교육위원장 임명 청탁의 대가로 전달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세한도 복제품이 대통령실에 전시돼 전통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 목적에서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임명 관련 청탁이 이어지던 시기와 복제품 전달 시점이 가깝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대가관계가 존재했다고 인정하거나 김 여사가 이를 인식했다고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취지다.

다만 이 전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금거북이와 관련한 혐의까지 모두 무죄가 된 것은 아니다. 항소심은 세한도 복제품 부분을 분리해 무죄로 판단하면서 다른 주요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부터 대통령 재임 기간까지 약 11개월 동안 기업 현안 해결과 공천, 공직 인사 등에 관한 알선 명목으로 4명에게 모두 9차례에 걸쳐 2억5125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에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받은 귀금속과 김상민 전 부장검사와 관련된 이우환 화백 그림 등도 포함됐다. 김 여사는 2022년 이 회장으로부터 맏사위 인사와 관련한 청탁 명목으로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와 그라프 귀걸이 등을 포함해 1억38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김상민 전 부장검사와 관련해서는 공천 청탁 명목으로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항소심은 이러한 주요 혐의에 대해서는 1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가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를 무겁게 본 이유

항소심 재판부는 형량을 결정하면서 김 여사가 금품을 받을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배우자이자 이후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였다는 점을 중요하게 판단했다. 공식적인 공직을 맡지 않았더라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국정과 인사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금품 제공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위치였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금품 제공자들이 대통령 배우자의 영향력 행사를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김 여사가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배우자의 영향력이 사적인 거래의 대상으로 이용되면서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 공직 인사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는 취지로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범행이 알려진 뒤 일부 금품이 반환된 점과 범행 흔적을 없애려 한 것으로 재판부가 판단한 정황도 불리한 요소로 반영됐다. 반면 항소심에서 세한도 복제품과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 부분이 무죄로 변경되면서 전체 인정 범죄 범위가 축소됐고, 그 결과 형량과 추징금도 1심보다 낮아졌다.

수치로 비교하면 1심은 김 여사에게 징역 7년과 6480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징역 5년과 2440만원 추징으로 변경됐다. 형량은 2년 줄었고 추징액은 4040만원 감소했다. 다만 일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었을 뿐 주요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 자체가 뒤집힌 것은 아니다.

김 여사는 지난 9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도 자신의 처신에 대해서는 반성한다면서도 공직이나 국가사업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자리 또는 사업 기회를 제공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건희 측·특검 모두 상고…최종 판단은 대법원으로

항소심 판결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선고 직후 김 여사 측은 유죄로 판단된 부분에 대해 대법원에서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 측은 대통령 배우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은 사과하면서도 공직을 팔거나 부정한 청탁을 거래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특히 변호인 측은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부분 가운데 일부가 정황을 지나치게 확대해 해석했으며 금품과 청탁의 대가관계를 판단하는 법리에도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따라 유죄가 유지된 부분을 중심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김건희 특검 측 역시 항소심 판단에 이의를 제기했다. 특검은 현안이 있는 기업인으로부터 대통령 배우자가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받은 사실과 별개로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항소심 판단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판결문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뒤 대법원에서 해당 부분을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대법원에서는 항소심에서 무죄로 바뀐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와 세한도 복제품 부분뿐 아니라 항소심이 유죄로 유지한 나머지 혐의에 대한 법리 판단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 여사 측은 유죄 부분을 다투고, 특검은 일부 무죄 판단을 문제 삼고 있어 양측 모두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는 구도가 됐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판단하는 사실심과 달리 원심이 법률을 올바르게 적용했는지 등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금품 제공과 청탁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한 항소심의 법리, 피고인이 그 대가성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과정 등이 주요 쟁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항소심의 핵심은 김 여사가 금품을 받았는지 여부만이 아니라 각각의 금품이 구체적인 인사·공천·사업 청탁에 대한 대가였다는 점이 형사재판에서 어느 수준까지 입증됐는지를 구분해 판단했다는 데 있다. 그 결과 일부 금품은 유죄 판단이 유지됐고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와 세한도 복제품은 무죄로 바뀌었다. 1심과 2심의 결론이 달라진 부분에 대해 대법원이 어떤 법적 판단을 내릴지가 다음 단계의 핵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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