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계급정년 개편 추진, 경정 18년·총경 12년으로 연장

경찰 중간간부의 장기 근무를 가로막아온 계급정년을 완화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핵심은 경정의 계급정년을 현행 14년에서 18년으로 4년 늘리고, 총경은 11년에서 12년으로 1년 연장하는 것이다. 경찰 조직이 커지는 동안 상위직 승진 규모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 증가했고, 수사 경험이 축적된 간부들이 계급정년으로 퇴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 개정 추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찰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회 법제실 검토와 경찰청 협의를 거쳤으며, 법안이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경정과 총경의 재직 가능 기간이 달라지게 된다. 특히 경정의 경우 4년이 한꺼번에 연장되는 만큼 현행 경찰 인사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경정 계급정년 14년에서 18년, 총경은 12년으로

현재 경찰공무원법상 계급정년은 치안감 4년, 경무관 6년, 총경 11년, 경정 14년으로 정해져 있다. 계급정년은 해당 계급에서 일정 기간을 근무한 뒤 상위 계급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정년 대상이 되는 제도다. 연령정년과 별도로 적용되기 때문에 아직 연령정년에 도달하지 않았더라도 계급정년 기간을 채우면 퇴직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 가운데 경정의 계급정년을 14년에서 18년으로, 총경은 11년에서 12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치안감 4년과 경무관 6년은 현행 규정을 그대로 유지한다.

법안에 담긴 시행 예정일은 2027년 1월 1일이다. 시행 당시 총경이나 경정으로 재직 중이면서 기존 규정에 따라 2027년에 계급정년에 도달할 예정인 경찰공무원에게도 개정 규정을 적용하도록 설계됐다. 법이 통과될 경우 시행 직후 계급정년을 맞을 예정이던 일부 현직 간부도 연장된 기준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행 계급정년 체계는 오랜 기간 유지돼 왔다. 경찰공무원법은 1998년 개정을 통해 당시 총경의 계급정년을 2년, 경정을 3년씩 연장해 각각 11년과 14년으로 조정했다. 당시에도 경험이 축적된 전문 인력이 조기에 퇴직하는 문제와 과도한 승진 경쟁 등 계급정년 운영 과정의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개정 이유에 포함됐다. 이후 현재까지 총경 11년, 경정 14년이라는 기본 틀이 이어져 왔다.

경정은 27년 새 2.9배 늘었지만 총경 승진 증가는 제한적

이번 제도 개편의 중요한 배경은 경찰 조직의 인력 구조 변화다. 경정 인원은 1998년 1173명에서 지난해 3384명으로 증가했다. 약 27년 사이 약 2.9배로 늘어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총경 승진 인원은 75명에서 104명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정 인력 자체는 크게 늘었지만 한 단계 위인 총경으로 올라갈 수 있는 규모가 같은 비율로 확대되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이다. 계급정년은 제한된 상위직 정원을 전제로 인력 순환을 유도하는 제도지만, 중간간부 수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는 승진 경쟁과 계급정년 퇴직이 동시에 증가할 수 있다.

현재 재직자를 기준으로 올해부터 2030년까지 계급정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찰공무원은 총 423명이다. 이 가운데 경정이 321명으로 전체의 75.9%를 차지한다. 계급정년 문제의 상당 부분이 경정 계급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연도별 예상 인원도 증가하는 흐름을 보인다. 경정 계급정년 도달 예상 인원은 올해 27명에서 2027년 56명으로 늘어나고, 2028년에는 83명, 2029년에는 88명까지 증가한다. 2030년에는 67명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8년과 2029년에 계급정년 대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제도 개편 시점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정이 계급정년을 약 4년 앞둔 시점부터 현실적으로 총경 승진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는 구조라는 설명도 나온다. 현행 경정 계급정년이 14년이기 때문에 경정 승진 이후 약 10년 안에 총경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계급정년 퇴직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다.

개정안대로 계급정년이 18년으로 연장되면 경정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이 현재보다 4년 늘어난다. 단순히 퇴직 시점이 늦춰지는 것뿐 아니라 승진 여부와 별개로 해당 계급에서 축적된 실무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기간 자체가 길어지는 변화다.

형사사법체계 개편 앞두고 숙련 수사인력 유지 필요성 커져

계급정년 논의는 경찰 인사 적체 문제만을 배경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 달 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경찰 수사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형사사법체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수사 부서의 인력을 수사 부서로 재배치하는 등 수사 인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년간 수사 실무와 지휘 경험을 축적한 경정급 간부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경찰청은 지난 10일에도 경정급 우수 수사인력의 계급정년을 최대 4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경찰공무원법에도 수사·정보·외사·보안·자치경찰사무 등 특수 부문에서 근무하는 총경과 경정에 대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계급정년을 최대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규정이 존재한다.

이번 의원입법은 일부 지정 인력에 적용되는 예외적 연장과 달리 경정과 총경의 기본 계급정년 자체를 변경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경정 전체의 기준을 14년에서 18년으로 바꾸는 방식이기 때문에 제도가 시행되면 특정 수사 인력뿐 아니라 해당 계급의 전반적인 인사 구조에 영향을 주게 된다.

국가정보원도 최근 3~5급 직원의 계급정년을 1~3년 연장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이뤄져 다음 달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경찰 역시 조직의 업무 변화와 숙련 인력 유지 필요성을 고려해 기존 계급정년 체계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논리가 이번 개정안에 반영됐다.

2019년에도 추진됐던 계급정년 연장, 이번에는 통과 여부 주목

경정 계급정년 연장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에도 유사한 내용의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법안이 폐기됐다. 당시에도 경정급 간부들이 승진 적체로 계급정년에 도달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가 제기됐다.

이번 개정안이 이전 논의와 다른 점은 경찰 조직의 규모 확대와 향후 계급정년 대상자 증가가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정 인원은 1998년보다 2.9배 증가했고, 2030년까지 계급정년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 가운데 경정이 4명 중 3명 이상을 차지한다.

또 형사사법체계 개편과 맞물려 숙련된 수사 인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경찰 조직의 현실적인 과제로 떠올랐다는 점도 과거와 다른 환경이다. 이번 법안이 단순한 정년 연장 문제뿐 아니라 경찰 인력 운영과 수사 역량 유지 문제와 함께 논의되는 이유다.

이상식 의원은 경찰의 권한과 책임이 커진 상황에서 경험과 연륜을 갖춘 중견 간부들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조기에 퇴직하는 것은 국가와 개인 모두에게 손실이라는 취지로 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다만 현재 단계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경정 계급정년 18년과 총경 12년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향후 상임위원회 심사와 법안 처리 과정에서 실제 연장 기간과 시행 시점, 적용 대상이 원안대로 유지되는지가 핵심 확인 사항이 된다.

개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가장 큰 변화는 1998년 이후 약 30년 가까이 유지돼 온 경정·총경 계급정년 기준이 다시 조정된다는 점이다. 특히 경정은 현행 14년에서 18년으로 4년 늘어나기 때문에 승진 적체 속에서 계급정년 퇴직을 앞둔 중간간부들의 근무 기간과 경찰 조직의 인력 운용 방식 모두에 직접적인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