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최신예 구축함 테드 스티븐스 취역…플라이트 III 전력 확대

미 해군의 최신 알리 버크급 플라이트 III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테드 스티븐스(DDG 128)가 정식 전력에 합류했다. 신형 AN/SPY-6 레이더와 확대된 전력·냉각 체계를 적용한 두 번째 플라이트 III 구축함으로, 기존 알리 버크급의 기본 설계를 유지하면서 대공·미사일 방어 능력을 크게 강화한 함정이다. 특히 취역식이 미 본토 주요 해군기지가 아닌 알래스카 휘티어에서 열리면서 북극권과 북태평양을 둘러싼 미국의 해양 안보 전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번째 플라이트 III 구축함, 미 해군 정식 전력 합류

테드 스티븐스함은 10월 3일 알래스카 휘티어에서 공식 취역식을 갖고 미 해군 현역 함정으로 전환됐다. 앞서 플라이트 III 첫 번째 함정인 잭 H. 루커스함(DDG 125)이 새로운 전투체계와 센서 통합을 처음 실전 함정에 적용했다면, 테드 스티븐스함은 동일한 개량 설계를 적용한 후속 함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플라이트 III는 기존 알리 버크급 구축함의 단순한 후속 건조형이 아니다. 가장 큰 변화는 레이더와 전투체계를 중심으로 함정 내부의 전력 공급과 냉각 능력까지 함께 강화했다는 점이다. 고성능 레이더가 요구하는 전력과 열 관리를 감당하기 위해 관련 설비가 개편됐으며, 이를 통해 기존 함정보다 복잡한 대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미 해군은 신규 함정 건조 과정에서 조선소 인력 부족과 일정 지연 문제를 지속적으로 겪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두 번째 플라이트 III 함정이 실제 취역 단계까지 도달했다는 것은 새로운 설계가 선도함 시험 단계에서 후속 함정 건조와 전력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도 갖는다.

테드 스티븐스함은 건조와 인도 과정에서 각종 검증 절차를 거쳐 정식 취역했다. 취역 이후에는 버지니아주 노퍽을 모항으로 운용되며 향후 미 해군의 전 세계 작전 임무에 투입될 수 있는 전력으로 편성된다.

핵심은 AN/SPY-6 레이더…대공·미사일 방어 강화

테드 스티븐스함을 기존 알리 버크급과 구분하는 핵심 장비는 AN/SPY-6(V)1 능동위상배열 레이더다. 기존 함정에 사용된 AN/SPY-1 계열 레이더를 대신해 플라이트 III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신형 센서로, 질화갈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레이더 모듈을 사용한다.

원문에서 제시된 성능 기준으로는 기존 AN/SPY-1D 계열보다 탐지 감도가 약 30배 수준으로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더 감도가 높아지면 먼 거리의 표적뿐 아니라 탐지가 어려운 상대적으로 작은 표적과 저고도 위협을 식별하는 능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탄도미사일과 항공기, 순항미사일 등 서로 다른 유형의 위협을 동시에 추적해야 하는 현대 해상 방공 환경에서 센서 성능이 특히 중요해지는 이유다.

신형 레이더가 확보한 정보는 이지스 베이스라인 10 전투체계와 연동되는 구조다. 함정에 탑재된 센서와 무기체계를 통합해 대공전과 미사일 방어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플라이트 III는 레이더 교체만이 아니라 탐지부터 추적, 교전까지 이어지는 전체 전투체계의 성능 향상을 목표로 한다.

고성능 센서를 운용하기 위해 전력 생산과 냉각 능력도 함께 확대됐다. 전투함에서 레이더 성능을 높이려면 센서 자체뿐 아니라 이를 지속적으로 가동할 충분한 전력과 발생하는 열을 처리할 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플라이트 III의 내부 설계 변화가 기존 알리 버크급보다 광범위하게 이뤄진 배경이다.

퇴역하는 타이콘데로가급 공백 보완 역할

플라이트 III 구축함의 확대 배치는 미 해군 수상함 전력 재편과도 연결된다. 미 해군은 오랜 기간 항모전단의 방공과 지휘 기능을 담당해온 타이콘데로가급 유도미사일 순양함을 순차적으로 퇴역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함정들이 담당하던 대공전과 미사일 방어 임무를 어떤 전력이 이어받을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알리 버크급은 기존부터 미 해군 수상 전투함의 주력으로 운용돼 왔지만, 플라이트 III는 센서와 전투체계를 대폭 강화해 이러한 전력 변화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는다. 신형 SPY-6 레이더를 통해 탐지 능력을 높이고 이지스 전투체계와 연동함으로써 항모전단과 수상전투단의 방공·미사일 방어 능력을 유지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다만 타이콘데로가급과 플라이트 III 구축함은 함정의 설계와 운용 방식이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단순히 순양함 한 척을 구축함 한 척으로 교체하는 개념보다는 노후 순양함의 퇴역과 동시에 보다 발전한 센서와 전투체계를 갖춘 구축함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미 해군의 수상함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알래스카 휘티어에서 취역…북극권 해양 전략도 부각

이번 취역에서 눈길을 끈 또 하나의 요소는 장소다. 미 해군은 전통적인 대형 해군기지 대신 알래스카의 휘티어를 테드 스티븐스함 취역 장소로 선택했다. 원문에 따르면 미 해군 주력 구축함이 이 지역에 직접 기항해 이 같은 행사를 진행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80년 만이다.

함명은 알래스카를 오랫동안 대표했던 고 테드 스티븐스 전 미국 연방상원의원에서 따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 경력이 있으며 이후 알래스카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으로 장기간 활동하면서 국방과 군사 분야에 관여했다. 미 해군 역시 휘티어에서 취역식을 개최한 배경으로 함명의 주인공과 알래스카의 관계, 그리고 이 지역의 해양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알래스카는 베링해와 알류샨 열도, 북극권으로 연결되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미국의 해양 안보에서 중요한 지역이다. 최근 해당 해역 주변에서는 러시아와 중국 해군의 활동과 연합 해상 초계가 이어지면서 북태평양과 북극권에서의 군사 활동도 주목받아 왔다.

다만 테드 스티븐스함이 알래스카에 상시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공식 취역 이후 이 함정의 모항은 버지니아주 노퍽이다. 따라서 휘티어 취역 자체를 곧바로 북극권 상시 배치로 해석하기보다는, 최신 플라이트 III 구축함을 알래스카에서 공식적으로 선보였다는 상징성과 미국이 해당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테드 스티븐스함의 전력화로 미 해군은 두 번째 플라이트 III 구축함을 확보하게 됐다. 앞으로 후속 함정들이 계획대로 인도되면 SPY-6 레이더와 최신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춘 함정의 비중도 점차 늘어나게 된다. 노후 순양함 퇴역과 신규 구축함 건조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플라이트 III가 미 해군 수상전력의 방공·미사일 방어 구조를 어떻게 바꿔갈지가 향후 확인해야 할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