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 뇌에 사람 ‘미니 뇌’ 이식…대뇌피질 90% 이상 채웠다

사람 줄기세포로 만든 대뇌피질 오가노이드를 생쥐 뇌에 이식해 사람 신경조직이 생쥐의 대뇌피질 대부분을 차지하도록 성장시키는 실험이 성공했다. 단순히 이식 조직의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라 사람 신경세포가 생쥐의 뇌와 척수 방향으로 신경섬유를 뻗고 전기적으로 활동하면서 신경계에 통합되는 모습도 확인됐다. 사람의 뇌 발달과 신경계 질환을 살아 있는 동물 안에서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 모델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세르지우 파슈카 교수 연구팀은 사람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만든 대뇌피질 오가노이드를 대뇌피질과 해마 대부분이 형성되지 않도록 유전적으로 조절한 생쥐에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9월 1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됐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들어진 실험동물을 사람 유래 대뇌피질 조직이 자리 잡았다는 의미에서 ‘제노코티컬 마우스’로 설명했다.

‘미니 뇌’ 오가노이드란 무엇인가

이번 연구의 핵심인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특정한 조건에서 배양해 실제 장기의 구조와 세포 구성, 기능의 일부를 모방하도록 만든 3차원 세포 조직이다. 뇌의 특정 영역을 모사하도록 만든 신경 오가노이드는 흔히 ‘미니 뇌’라는 표현으로 불리지만 완전한 사람의 뇌를 축소해 놓은 것은 아니다.

연구진이 사용한 것은 사람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만든 대뇌피질 오가노이드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성인의 세포 등을 초기화해 다양한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만든 세포이며, 이를 이용하면 사람의 유전적 특성을 가진 신경세포와 뇌 조직 모델을 실험실에서 만들어 연구할 수 있다.

오가노이드만 배양하는 방식에는 한계도 있었다. 실험용 배양접시 안에서 성장시킨 신경조직은 실제 생체의 혈액 공급과 주변 신경망, 다른 조직과의 연결 등 살아 있는 뇌의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람 뇌 오가노이드를 설치류의 뇌에 이식해 생체 환경에서 성장시키려는 연구가 이어져 왔다.

파슈카 교수 연구팀 역시 이전부터 사람 대뇌피질 오가노이드를 설치류에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2022년에는 사람의 대뇌피질 오가노이드를 갓 태어난 쥐의 뇌에 이식했고, 이식된 조직이 성장하면서 쥐의 신경회로에 연결되는 결과를 보고했다.

하지만 기존 방식에서는 이미 설치류 자신의 뇌 조직이 자리 잡고 있어 사람 신경조직이 성장하고 광범위하게 연결될 공간이 제한적이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했다. 사람 조직을 기존 뇌에 끼워 넣는 대신 사람 신경조직이 성장할 공간을 생쥐의 발달 단계부터 확보한 것이다.

생쥐 대뇌피질을 비우고 사람 신경조직이 자랄 공간 확보

연구진은 유전적 조절을 통해 생쥐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신피질과 해마 등으로 이어지는 신경세포 대부분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생쥐를 ‘아팔리얼 마우스’라고 불렀다.

정상적인 생쥐에서는 대뇌피질이 전체 뇌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렇게 만든 생쥐에서는 대뇌피질과 해마 대부분이 형성되지 않았다. 연구진의 분석에서는 성체가 된 아팔리얼 생쥐에 남아 있는 해당 피질 조직이 정상 생쥐의 약 2% 수준이었다. 그 결과 뇌 안에는 외부에서 이식한 사람 신경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생겼다.

연구진은 이 공간에 사람 줄기세포에서 배양한 대뇌피질 오가노이드를 이식했다. 사람 신경조직은 생쥐 뇌에서 살아남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이식 이후 2~3개월 동안 조직의 부피는 약 4.7배로 커졌다.

3개월이 지난 시점에는 이식된 사람 조직이 생쥐 뇌에 존재하는 대뇌피질 조직 부피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원본 연구를 소개한 자료에서는 그 비중이 약 92%에 이른 것으로 제시됐다. 기존의 오가노이드 이식 연구에서 사람 조직의 성장을 제한했던 공간 문제가 크게 줄어든 결과다.

중요한 것은 사람 세포가 단순히 빈 공간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식된 조직에서는 발달 중인 사람 대뇌피질에서 나타나는 여러 종류의 신경세포가 형성됐다. 연구진은 실험실 배양 환경에서는 이전까지 관찰하기 어려웠던 특정 신경세포 유형도 확인했다.

특히 사람 신경세포에서 뻗어나온 신경섬유는 이식 부위 주변에 머물지 않고 생쥐의 뇌 여러 영역으로 확장됐다. 일부 신경섬유는 뇌를 벗어나 척수 방향까지 이어졌다. 사람 신경조직이 생쥐의 중추신경계 안에서 광범위한 연결망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사람 신경세포가 생쥐 신경계와 연결돼 활동

연구진은 이식된 사람 조직이 실제 신경회로처럼 기능하는지도 살펴봤다. 그 결과 사람 신경조직에서는 여러 신경세포가 일정한 패턴을 보이며 함께 활성화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전기생리학적 분석과 칼슘 신호 분석에서도 발달 중인 신경회로와 유사한 조직화된 활동이 확인됐다.

행동 분석도 함께 진행됐다. 대뇌피질과 해마 대부분이 없는 아팔리얼 생쥐는 기본적인 움직임 자체는 상당 부분 유지했지만 정상 생쥐와 비교하면 일부 운동 협응과 행동 특성에서 차이를 나타냈다. 최근 경험한 새로운 환경을 구분하는 능력에서도 차이가 관찰됐다.

사람 대뇌피질 오가노이드를 이식한 생쥐에서는 이 같은 행동 특성 가운데 일부가 달라졌다. 이식 후 3~6개월 사이 진행한 행동 검사에서 제노코티컬 생쥐는 여러 항목에서 같은 연령의 정상 생쥐와 대체로 비슷한 수행을 보였다. 다만 연구진의 분석에서 모든 행동 특성이 정상 생쥐와 동일해진 것은 아니었으며, 일부 행동 패턴에서는 정상군과 대뇌피질 결손군 사이에 위치하면서 양쪽과 구별되는 특성이 나타났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사람의 ‘미니 뇌’가 생쥐의 뇌를 완전히 대체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연구의 핵심은 사람 유래 대뇌피질 조직이 살아 있는 동물의 중추신경계에서 대규모로 성장하고, 신경세포를 만들며, 숙주의 신경계와 기능적인 연결을 형성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

특히 사람 세포는 사람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 신경계 질환을 가진 환자의 세포로 오가노이드를 만든 뒤 같은 방식으로 이식하면 질환과 관련된 세포와 신경회로의 변화를 살아 있는 신경계 환경에서 관찰하는 연구로 확장할 수 있다.

저산소 뇌 손상 실험까지…신경질환 연구 모델로 활용

연구팀은 새로운 실험 모델이 실제 질환 연구에 활용될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사람 대뇌피질 조직이 이식된 생쥐를 5시간 동안 저산소 환경에 노출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산소가 부족해지자 이식된 사람 신경조직에서 손상과 관련된 세포 반응이 나타났고 생쥐의 행동에서도 변화가 관찰됐다.

저산소성 뇌 손상은 출생 전후 뇌 발달 연구에서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임신이나 출산을 전후해 뇌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상황은 발달 중인 신경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뇌성마비를 비롯한 신경계 장애와도 관련돼 있다. 이번 모델에서는 살아 있는 동물의 혈액 공급과 신경망 속에 자리 잡은 사람 신경세포가 산소 부족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

연구진은 앞으로 사람의 신경 발달 과정뿐 아니라 신경 발달 장애와 퇴행성 신경질환을 연구하는 데 이 모델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의 세포에서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생쥐에 이식하면 특정 유전적 특성이 사람 신경세포와 신경회로에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확인하고 치료 후보 물질에 대한 반응을 분석하는 연구도 가능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사람의 사후 뇌 조직에서 관찰됐지만 기존 실험실 배양 오가노이드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신경세포 유형도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세포를 살아 있는 동물 환경에서 생성하고 연구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새로운 모델의 활용 가능성으로 제시했다.

다만 사람의 뇌 조직을 동물에 대규모로 이식하는 연구인 만큼 과학적 성과와 별도로 윤리적 검토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연구팀은 연구 설계 과정에서 생명윤리 전문가와 신경생물학자, 환자 단체 관계자, 철학자와 법률 전문가 등의 의견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사람 세포 제공자 역시 해당 세포가 동물 이식 연구에 사용되는 데 동의했으며, 연구는 관련 심의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

연구진은 실험동물의 능력이 달라질 가능성도 고려해 운동과 인지 행동을 체계적으로 검사하고 연구 기간 동안 동물의 상태를 관찰했다. 향후 같은 모델을 이용하는 연구에서도 과학적 목적뿐 아니라 실험 설계와 결과 해석, 연구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윤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가 곧 사람의 완전한 뇌를 생쥐 안에서 만들었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 대상은 사람 줄기세포에서 만든 특정 대뇌피질 조직이며 생쥐의 뇌간과 소뇌를 비롯한 다른 신경계 구조는 그대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사람 신경조직이 생쥐의 대뇌피질 영역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고 숙주의 뇌와 척수에 광범위하게 연결됐다는 점은 기존 오가노이드 연구와 뚜렷하게 구분된다.

배양접시 속 ‘미니 뇌’를 관찰하는 단계에서 살아 있는 신경계 안에서 사람 대뇌피질의 발달과 손상을 추적하는 단계로 실험 범위를 확장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앞으로는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서 유래한 세포를 이용했을 때 어떤 신경회로 변화가 나타나는지, 약물이나 치료 후보 물질에 사람 신경조직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확인하는 연구가 중요한 후속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