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그콘서트’가 추석 특집에서 올해 극장가의 천만 영화 ‘오디세이’를 코미디 무대로 옮겼다. 개그맨 박성광이 맷 데이먼이 연기했던 오디세우스로 변신하고, 원작의 귀향 여정에 관객의 선택을 끌어들이는 ‘챗플릭스’ 방식으로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낸다.
20일 방송된 ‘개그콘서트’에서는 추석을 맞아 스페셜 코너 ‘챗플릭스’가 마련됐다. 소재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오디세우스와 군대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영화의 기본 설정을 가져오되, 무대에서는 박성광과 출연진, 현장 관객의 참여를 통해 예상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상황을 전개하는 것이 핵심이다.
같은 방송의 ‘유행유행유’에서는 송필근과 나현영이 로맨틱 코미디 상황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신윤승까지 서브 남자 주인공으로 합류하면서 삼각관계가 만들어지는 등 ‘챗플릭스’와는 또 다른 방식의 상황극이 펼쳐졌다.
박성광이 맡은 오디세우스, 고향부터 관객이 바꾼다
‘챗플릭스’가 선택한 출발점은 오디세우스의 귀향이다. 원작에서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끝낸 뒤 자신의 고향인 이타카로 돌아가는 긴 여정에 나선다. 이번 ‘개그콘서트’에서는 박성광이 오디세우스를 맡았지만, 이야기의 세부 설정은 원작 그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대표적인 변화가 바로 오디세우스의 고향이다. 원래 이야기에서는 목적지가 이타카로 정해져 있지만 ‘챗플릭스’에서는 관객들이 박성광의 고향을 다른 곳으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비튼다. 이미 결말과 설정이 알려진 유명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변수를 개그의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도 코미디 캐릭터로 등장한다. 노래로 사람을 유혹하는 세이렌이 모습을 드러내며, 무대에서는 오디세우스가 된 박성광만 세이렌의 노래를 듣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영화와 신화에서 긴장감을 만드는 장치가 ‘개그콘서트’에서는 어떤 노래를 듣게 되는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웃음의 장치로 바뀐다.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역시 등장한다. 이 장면에서는 출연진뿐 아니라 관객의 역할도 커진다. 현장 관객들이 함께 참여해 폴리페모스를 곤란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상황을 전개하면서, 배우들이 미리 준비한 대사만으로 완성되는 일반적인 패러디와 다른 구성을 보여준다.
박성광의 오디세우스 역시 이러한 관객 참여형 구조의 중심에 놓인다. 이미 정해진 캐릭터를 그대로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설정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맷 데이먼이 영화에서 구현한 대서사시의 영웅을 박성광이 코미디 무대의 인물로 바꾸면서 원작과 패러디 사이의 간극 자체가 웃음의 소재가 된다.
왜 하필 ‘오디세이’인가…국내 천만 관객 돌파한 화제작
이번 패러디가 방송 시점에 맞춰 주목받는 이유는 영화 ‘오디세이’의 최근 흥행과 맞닿아 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는 지난 8월 5일 국내 개봉했으며, 개봉 33일째인 9월 6일 누적 관객 1천만 명을 돌파했다. 2026년 국내 개봉작 가운데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두 번째 천만 영화가 됐다.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외화로 범위를 좁히면 역대 10번째에 해당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에게는 ‘인터스텔라’ 이후 두 번째 국내 천만 영화다. 서로 다른 비시리즈 작품 두 편으로 국내에서 각각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에서도 ‘오디세이’의 흥행은 주목받았다.
영화는 호메로스의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바탕으로 한다.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아내 페넬로페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10년에 걸친 여정을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에서 오디세우스 역은 맷 데이먼이 맡았다.
맷 데이먼 외에도 앤 해서웨이, 톰 홀랜드, 샬리즈 세런, 로버트 패틴슨, 젠데이아 등 여러 배우가 출연했다. 상영시간은 172분이며, 전 분량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이라는 점도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흥행 속도 역시 빨랐다. 개봉 4일째 100만 관객을 넘어섰고 13일째 500만 명, 17일째 600만 명을 기록했다. 이후 24일째 80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33일째 천만 관객에 도달했다. ‘개그콘서트’가 패러디를 선보인 9월 20일을 기준으로 보면 천만 돌파 이후 약 2주가 지난 시점이다. 관객들에게 영화의 캐릭터와 주요 설정이 익숙한 상황에서 패러디가 방송된 셈이다.
‘챗플릭스’는 영화 재현보다 관객 참여에 초점
이번 코너에서 중요한 부분은 영화 ‘오디세이’의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있지 않다. 오디세우스의 귀향, 세이렌, 폴리페모스처럼 원작을 대표하는 요소를 가져온 뒤 관객이 개입할 수 있는 코미디 상황으로 변환하는 것이 중심이다.
특히 고향을 바꾸는 설정은 이러한 코너의 성격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원작에서는 이타카로 돌아가는 것이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관통하는 목표지만, ‘챗플릭스’에서는 그 출발점부터 관객의 선택에 맡긴다. 원작을 알고 있는 시청자라면 설정이 달라지는 과정 자체를 비교하며 볼 수 있고, 영화를 보지 않은 시청자도 박성광과 관객이 만들어가는 상황극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구조다.
세이렌과 폴리페모스 역시 마찬가지다. 원작에서는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방해하는 위험한 존재들이지만, 코미디 무대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노래와 관객의 개입을 만들어내는 장치가 된다. ‘천만 영화 패러디’라는 소재와 공개 코미디 특유의 현장성이 결합되는 지점이다.
박성광에게도 기존 영화 속 인물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역할이 주어진다. 관객이 정하는 고향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오디세우스라는 유명 캐릭터를 코미디 캐릭터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오디세이’가 대규모 제작과 아이맥스 촬영을 앞세운 172분짜리 대서사시라면, ‘개그콘서트’의 무대는 제한된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의 상호작용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공개 코미디다. 동일한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표현 방식은 전혀 다른 셈이다.
송필근·나현영·신윤승은 ‘유행유행유’ 로맨틱 코미디
추석 특집에서 준비된 웃음은 ‘오디세이’ 패러디에 그치지 않았다. ‘유행유행유’에는 송필근과 나현영이 함께 출연해 코너에서 사용되는 유행어를 로맨틱 코미디 상황에 적용했다.
송필근과 나현영은 무거운 발걸음과 깊은 한숨으로 무대에 등장한 뒤 정해진 유행어를 활용한 상황극을 펼친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신윤승이 서브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단순한 남녀 상황극에서 삼각관계 구도로 이야기가 확장된다.
여기에 유행어를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선배 개그맨들과 이들을 움직이려는 서성경, 서유기의 대립도 코너의 주요 웃음 요소로 활용된다. 유행어 자체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와 삼각관계라는 익숙한 드라마 형식 안에 이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결국 20일 ‘개그콘서트’의 두 코너는 서로 다른 대중문화 문법을 공개 코미디에 가져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챗플릭스’가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오디세이’를 관객 참여형 패러디로 변환했다면, ‘유행유행유’는 로맨틱 코미디와 삼각관계라는 익숙한 설정에 코너의 유행어를 결합했다.
특히 박성광의 오디세우스 변신은 최근 극장에서 큰 흥행을 거둔 작품을 빠르게 공개 코미디의 소재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타카로 향해야 할 오디세우스의 고향부터 관객들이 바꾸고, 세이렌과 폴리페모스까지 코미디의 대상으로 전환하면서 영화와는 전혀 다른 ‘개그콘서트’만의 귀향길이 만들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