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회를 앞둔 tvN 토일드라마 ‘포핸즈’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작품을 되돌아보며 각자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을 공개했다. 박현석 감독은 음악에 대한 강비오의 좌절이 드러났던 5회를 선택했고, 신이원 작가와 송강은 나란히 강비오와 최정요가 처음으로 진정한 호흡을 맞췄던 2회의 장면을 떠올렸다. 이준영은 특정 장면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최정요라는 인물을 표현한 모든 과정에 의미를 뒀다.
‘포핸즈’는 음악 천재들이 모인 예술고등학교에서 만난 청춘들의 우정과 경쟁, 성장과 관계 변화를 클래식 음악과 함께 풀어낸 작품이다. 8회에서는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평균 시청률 7.9%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치를 세웠다. 1회 3.4%로 출발한 뒤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두 주인공의 과거와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며 시청률도 상승했다.
박현석 감독이 선택한 5회…강비오가 음악을 내려놓으려던 순간
박현석 감독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5회에 있었다. 강비오가 콩쿠르 과정에서 자신의 열등감과 한계에 부딪힌 뒤 최정요에게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이다. 늘 피아노를 자신의 삶 중심에 두고 달려온 강비오는 이 순간 처음으로 지쳐버린 마음을 드러내며 음악을 그만두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박 감독은 이 장면에서 강비오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멈춰 서는 과정에 주목했다. 누구보다 피아노에 집착하고 완벽함을 추구했던 인물이 실패와 좌절을 받아들이는 순간이면서, 작품이 단순한 천재 음악가들의 경쟁을 넘어 ‘무언가를 간절하게 좋아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강비오는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연습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인물이다. 반면 최정요는 강비오에게 처음으로 패배라는 감정을 알려준 천재였다. 두 사람의 관계에는 우정뿐 아니라 경쟁심과 열등감, 동경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5회의 고백은 이러한 강비오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변화하는 기반이 됐다.
신이원 작가는 2회 ‘죽음의 무도’ 포핸즈를 선택
신이원 작가가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은 것은 2회에 등장한 강비오와 최정요의 ‘죽음의 무도’ 포핸즈 연주였다. 포핸즈는 두 사람이 한 대의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 네 손으로 함께 연주하는 방식을 뜻한다. 작품 제목이기도 한 이 연주 방식은 극 중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하는 중요한 장치로 사용됐다.
2회에서 강비오와 최정요는 처음으로 한 대의 피아노 앞에서 제대로 호흡을 맞춘다. 어린 시절 콩쿠르에서 서로를 의식했던 두 사람이 경쟁 상대를 넘어 음악을 통해 함께 움직이는 순간이다. 두 사람이 선택한 곡은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였다.
신 작가는 작품을 구상할 때 두 사람의 학창 시절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첫 포핸즈 연주가 단순한 합주 장면에서 끝나지 않고, 연주에 빠진 나머지 학교 문이 닫힌 뒤 두 사람이 함께 탈출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피아노 앞에서 완벽한 호흡을 맞춘 직후 자유롭게 학교를 뛰쳐나가는 장면은 이후 복잡하게 변해가는 두 사람의 관계와 대비된다. 성인이 된 뒤에는 과거의 사건과 오해, 죄책감과 복수로 서로를 밀어내지만, 2회에서는 음악 하나만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봤던 시절이 담겼다. 신 작가가 이 시기를 두 사람에게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송강도 같은 2회 선택…기억에 남은 ‘2층 난간’
강비오를 연기한 송강 역시 신이원 작가와 같은 2회를 자신의 대표적인 기억으로 선택했다. 다만 송강이 꼽은 순간은 피아노 연주 자체보다는 연주가 끝난 뒤 이어지는 학교 탈출 장면이었다.
강비오와 최정요는 피아노 연주에 몰두한 나머지 학교 문이 닫힐 때까지 시간이 흐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결국 두 사람은 학교를 빠져나가기 위해 2층 난간에서 함께 뛰어내리는 선택을 한다. 송강은 이 장면을 촬영하면서 자신이 실제 강비오가 된 듯한 몰입감을 느꼈고, 함께 연기한 이준영 역시 최정요라는 인물로 느껴졌다고 당시 경험을 설명했다.
작가와 배우가 같은 회차의 연속된 장면을 각자의 명장면으로 선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작가에게는 강비오와 최정요의 가장 빛나던 학창 시절을 완성한 장면이었다면, 송강에게는 상대 배우와 함께 캐릭터에 깊이 들어갈 수 있었던 촬영 순간이었다.
이 장면은 이후 펼쳐지는 두 사람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핸즈’ 후반부에서 강비오와 최정요의 관계는 과거 사건의 진실과 복수로 인해 크게 흔들리지만, 두 사람이 한때 서로의 음악을 이해하고 같은 피아노 앞에서 가장 자유로운 순간을 공유했다는 사실은 끝까지 두 인물의 관계를 지탱하는 기억으로 남는다.
이준영은 장면 하나 대신 ‘최정요의 모든 순간’ 선택
최정요 역의 이준영은 다른 선택을 했다. 특정 장면을 하나 고르기 어렵다며 최정요로 살아온 전체 과정에 의미를 뒀다. 최정요는 자신의 감정에는 비교적 솔직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마음을 모두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이준영은 이처럼 상반된 감정이 공존하는 캐릭터의 이면을 표현하는 과정 자체가 뜻깊었다고 돌아봤다.
최정요는 학창 시절에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피아니스트였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과거 사건의 상처를 안은 채 다른 모습으로 강비오 앞에 다시 등장한다. 두 사람이 재회한 뒤 작품은 단순한 음악 경쟁을 넘어 과거의 사건과 오해, 복수와 죄책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홍재인을 연기한 장규리에게는 비올라와 함께한 장면들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홍재인이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주목받기보다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섬세한 귀와 안목을 통해 주변 사람을 빛나게 하는 인물이라는 점에 의미를 뒀다. 실제 촬영에서도 악기를 다루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많은 연습을 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과 배우들이 선택한 장면은 서로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인물들의 음악적 성취보다 관계와 감정이 변화하는 순간에 집중돼 있다. 강비오가 자신의 한계를 인정했던 장면, 두 천재가 처음으로 같은 피아노에서 호흡을 맞춘 순간, 학교를 함께 탈출했던 기억, 최정요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했던 과정 모두 ‘포핸즈’가 음악을 통해 인물들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작품은 결말만을 남겨두고 있다. ‘포핸즈’ 11회는 10월 3일 밤 9시 30분 방송되며, 최종 12회는 10월 4일 밤 9시 10분 방송될 예정이다. 학창 시절 서로를 구원했던 강비오와 최정요가 시간이 흐른 뒤 상처와 복수로 다시 얽힌 가운데, 두 사람이 마지막에 어떤 선택을 하고 음악을 통해 어떤 관계에 도달할지가 최종회의 핵심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