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에서 저연차 직원을 대상으로 운영해 온 월세지원 제도를 둘러싸고 부정수급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거주하는 주택의 면적이나 형태와 다른 내용의 임대차계약서를 회사에 제출해 지원금을 받은 사례가 있다는 의혹으로, 삼성전자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대상은 100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단순히 지원 대상 기준을 잘못 이해했는지가 아니라, 일부 직원이 실제 임대차계약과 별도로 회사 제출용 계약서를 작성했는지 여부다. 삼성전자는 실제 계약 내용과 회사에 제출된 서류를 대조하는 내부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월 최대 70만원 지원…전용면적 33㎡ 미만이 기준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평택사업장 등에서 근무하는 저연차 직원을 대상으로 주거비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원 금액은 월 최대 70만원이다. 근무지 이동 등에 따라 주거비 부담을 안게 된 저연차 직원의 부담을 덜어주는 복지제도다.
다만 모든 주거 형태가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정한 기준은 전용면적 33㎡, 약 10평 미만의 오피스텔·원룸·1.5룸 등이다. 이번 논란에서 주택의 실제 면적과 형태가 중요한 이유도 이 기준 때문이다.
의혹을 받는 일부 직원은 실제로는 전용면적 33㎡를 넘는 주택이나 투룸 등에 거주하면서 회사에 제출하는 서류에는 면적을 줄이거나 주거 형태를 원룸 또는 1.5룸으로 기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실제 계약과 회사 제출 서류의 내용이 다르다면 단순한 기재 실수인지, 지원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의도적인 변경인지가 조사 과정에서 가려져야 한다.
월세와 관리비를 구분하는 방식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 계약에서는 관리비로 정해진 금액 가운데 일부를 회사 제출 서류에서 월세로 돌려 적은 것으로 거론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의 내부 조사는 실제 임대차계약서와 지원금 신청 당시 제출한 자료가 서로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핵심이 된다.
삼성전자 내부 조사 착수…징계 수위는 고의성이 핵심
삼성전자 측은 수급자를 대상으로 실제 계약 내용과 제출 서류를 대조하는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징계 여부와 구체적인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단계에서는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개별 직원의 부정수급이 확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
징계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요소로 거론되는 것은 고의성이다. 직원이 회사의 지원 기준을 알고 있었는지, 실제 거주 주택이 면적 기준을 초과한다는 점을 인식했는지, 실제 계약서와 다른 회사 제출용 계약서를 별도로 만들었는지 등이 판단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서로 다른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재직자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평택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된 상황과 함께 면적을 변경하는 방법을 부동산에서 먼저 알려줬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다른 직원은 회사가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다가 뒤늦게 문제 삼는다며 관리 책임을 제기했다.
반면 DS부문 내부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판단으로 사실과 다른 서류를 제출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구성원의 행동 때문에 정상적으로 제도를 이용한 직원까지 부정적인 시선을 받거나 다른 복지제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미 지원 기간이 종료된 과거 수급자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상황이다.
소액 부정사용도 해고 인정된 사례…금액보다 신뢰 훼손 쟁점
이번 사안에서 월 최대 70만원이라는 지원금 규모만으로 징계 수준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회사 비용이나 수입금을 고의로 부정하게 사용한 사건에서는 피해 금액뿐 아니라 행위의 의도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신뢰가 훼손됐는지가 중요하게 다뤄진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은 2명이 참석한 사적인 식사 자리를 8명이 참석한 것처럼 처리해 법인카드로 23만5000원을 결제한 준정부기관 직원에 대한 징계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으며, 대법원에서도 해당 판단이 확정됐다. 사용 금액 자체만 놓고 판단하기보다 허위로 비용을 처리한 행위와 그에 따른 신뢰 훼손이 함께 고려된 사례다.
이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1년 승객에게 받은 버스요금 400원을 두 차례에 걸쳐 빼돌린 버스기사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금액은 모두 합쳐 800원이었지만, 운송수입금을 고의로 빼돌린 행위가 노사 간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다른 기업에서도 주거지원 관련 서류 문제가 징계로 이어진 사례가 전해졌다. 정보기술업계에 따르면 한 대형 이동통신사는 지방으로 발령받은 직원들이 월세지원 관련 서류를 장기간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사실을 적발했고, 일부 직원에 대해 징계해고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례들은 이번 삼성전자 사안의 개별 직원에게 동일한 징계가 적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징계는 각 직원의 신청 과정과 제출 자료, 고의 여부, 부정하게 지급된 금액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결정될 사안이다. 삼성전자 역시 현재 조사를 진행하는 단계이며 징계 여부와 수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허위 계약서로 지원금 받았다면 형사책임 가능성도
회사 내부 징계와 별개로 실제와 다른 계약서를 이용해 지원금을 지급받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형사책임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핵심은 사실과 다른 자료를 제출해 회사를 잘못 판단하게 만들고, 그 결과 원래 받을 수 없었던 금전적 이익을 취득했는지 여부다.
형사법 전문인 조범석 법률사무소 석상 변호사는 실제와 다른 계약서를 제출하고 회사가 이를 믿어 지원금을 지급했다면 원래 지급액과 실제 지급액 사이의 차액을 편취한 것으로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형사책임 성립 여부 역시 구체적인 제출 과정과 당사자의 인식, 지급된 금액 등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
이번 논란은 최근 DS부문의 높은 성과급을 둘러싸고 외부의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불거졌다는 점에서도 내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부 직원의 월세지원 부정수급 의혹이 전체 구성원에 대한 평가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은 조사 대상 가운데 실제 지원 기준을 위반한 사례가 어느 정도인지, 실제 계약과 다른 서류가 작성됐다면 그 과정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부당하게 지급된 지원금이 확인될 경우 회사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다. 현재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밝힌 단계는 실제 계약 내용과 제출 서류를 대조하는 내부 조사이며, 징계 여부와 수위는 조사 완료 이후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