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장기간 방치된 빈집을 철거하기 위해 배정된 국비 4억2천만원을 사용하지 않고 사업을 철회하기로 했다. 미추홀구·부평구·계양구가 사업 대상지로 지정됐지만 실제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같은 문제로 국비 1억7천500만원을 반납한 데 이어 2년 연속 정부 지원을 활용하지 못하게 됐다.
문제의 핵심은 빈집 철거 필요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부가 정한 지원 조건과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철거비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은 국비 사업을 통한 빈집 철거 지원액이 1채당 최대 3천만원으로 제한돼 있지만 인천지역에서 실제 빈집 한 채를 철거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최소 3천500만원 수준이라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여기에 국비와 지방비의 분담 구조까지 바뀌면서 일선 군·구가 사업에 참여할 유인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미추홀·부평·계양구 모두 불참…4억2천만원 사업 철회
인천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해 장기간 방치된 빈집을 철거해 안전사고와 범죄 위험을 낮추기 위한 빈집 철거지원사업 대상으로 인천 미추홀구·부평구·계양구를 지정했다. 인천에 배정된 국비 규모는 모두 4억2천만원이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 예산을 실제로 교부받지 않고 사업 자체를 철회할 계획이다. 대상지로 지정된 3개 자치구가 모두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예산을 받아도 집행할 사업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빈집 철거지원사업은 방치된 주택을 철거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안전 문제를 줄이기 위한 사업이다. 정부의 2026년도 국토교통 분야 예산에도 주거환경 정비를 위한 빈집 철거지원사업이 신규 사업으로 반영됐으며 전체 사업 예산은 150억원 규모다.
인천에서도 빈집 정비 자체는 계속 추진되고 있다. 인천시는 빈집 철거와 개량, 안전조치 등에 재정을 투입해 왔고 군·구 역시 자체적인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국비 사업이 중단되는 것을 인천지역 빈집 철거사업 전체가 중단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국토부가 지원하는 특정 국비 사업의 조건과 실제 지역 사업비 사이의 차이다.
실제로 계양구의회 회의 과정에서도 국토부가 인천에서 계양구와 부평구, 미추홀구를 대상으로 국고보조금을 배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계양구는 조사 결과에 따라 철거 대상으로 검토할 빈집이 있었지만 구 재정 여건과 지방비 편성 문제 등이 함께 거론됐다. 빈집 철거는 예산만 확보한다고 곧바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소유자의 동의 등 실제 집행 단계에서 해결해야 할 조건도 존재한다.
3천만원 지원하는데 실제 철거비는 최소 3천500만원
인천시가 파악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빈집 한 채에 적용되는 국비 사업의 지원 한도다. 국토부 사업에서 수도권 빈집 철거에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은 한 채당 최대 3천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반면 미추홀·부평·계양구 등이 인천시의 지원을 받아 자체적으로 빈집을 철거할 경우 실제 필요한 비용은 한 채당 최소 3천500만원 수준이다. 정부 사업의 지원 한도와 비교하면 한 채를 철거할 때부터 최소 500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 차액을 국비 사업 안에서 추가로 충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사업을 신청해 국비를 확보하더라도 실제 철거비를 감당할 수 없다면 군·구 입장에서는 별도의 부담과 행정 절차를 감수하면서 정부 사업을 선택하기 어려워진다. 이미 시비를 지원받는 자체 빈집 철거사업이 있다는 점도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인천시는 보고 있다.
빈집 철거비는 모든 주택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고정 비용이 아니다. 이번 사안에서 인천시가 제시한 최소 3천500만원은 실제 지역에서 자체 사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비용 수준이다. 결국 중앙정부가 정한 최대 지원액이 지역의 사업비보다 낮으면 국비가 배정돼도 현장에서는 사업을 실행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특히 빈집은 장기간 사람이 거주하지 않으면서 건축물이 빠르게 노후화할 수 있고 소유관계 확인이나 철거 동의 같은 행정 절차도 필요하다. 계양구의회에서도 빈집 철거 과정에서 소유자 동의가 필요한 문제가 언급됐다. 단순히 철거 대상 주택의 숫자와 예산만 맞추는 방식으로는 실제 사업 집행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비·지방비 분담도 70대30에서 60대40으로 변경
올해 달라진 재원 분담 방식도 군·구가 참여하지 않은 배경으로 지목됐다. 기존에는 국비와 지방비가 70대30 비율로 투입됐지만 올해부터는 국비 60%, 지방비 40%로 바뀌었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같은 국비 지원사업에 참여하더라도 이전보다 지방비 부담이 커진 셈이다. 여기에 한 채당 지원 한도까지 실제 철거비보다 낮은 상황이 겹치면서 사업의 실효성이 더 떨어졌다는 것이 인천시의 판단이다.
사업 대상지를 정하는 과정도 문제로 거론됐다. 인천시에 따르면 미추홀·부평·계양구가 먼저 사업 참여를 결정하고 국비를 신청한 것이 아니라 국토부가 대상지를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군·구와 충분한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실제 지역에서 필요한 철거 물량과 비용 역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중앙정부가 사업 대상지를 지정하고 예산을 배정하더라도 실제 집행 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지방비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사업 조건이 현장과 맞지 않으면 예산은 집행되지 못한다. 이번 인천 사례에서는 지원 한도, 지방비 부담, 대상지 선정 과정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시는 분석하고 있다.
빈집 문제 자체는 인천 원도심에서 장기간 이어져 온 현안이다. 미추홀구는 과거부터 빈집 실태조사와 정비계획을 추진해 왔으며 빈집 상태에 따라 철거와 안전조치, 리모델링 등 다양한 방식의 정비사업을 검토해 왔다. 인천시 역시 빈집 철거 이후 부지를 나대지나 주차장, 소공원, 텃밭 등으로 활용하고 빈집을 개량할 경우 주민공동이용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정비방식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도 1억7천500만원 반납…2027년 신청도 포기
인천시가 빈집 철거 관련 국비를 활용하지 못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시는 2025년에도 비슷한 문제로 국비 1억7천500만원을 반납했다. 올해 4억2천만원 규모 사업까지 철회하면 같은 문제가 2년 연속 이어지는 셈이다.
시는 결국 2027년도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는 해당 빈집 철거 국비를 신청하지 않았다. 일단 예산을 확보한 뒤 사용하지 못하고 돌려주는 방식을 반복하기보다 현재 사업 조건에서는 신청 자체를 하지 않는 쪽을 택한 것이다.
다만 국비 활용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다. 국토부가 수도권 빈집 한 채당 철거 지원액 제한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는 등 사업 조건을 개선할 경우 인천시는 군·구를 대상으로 다시 수요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인천시는 국비를 활용할 수 있다면 지방비 부담을 낮추면서 더 많은 빈집을 정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지원사업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시 관계자도 빈집 철거를 통해 안전사고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국비 지원을 받았지만 현행 조건에서는 실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커 예산을 반납하거나 교부받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에서 확인되는 쟁점은 예산 확보 규모보다 배정된 예산을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사업 조건이 설계돼 있느냐는 점이다. 인천은 자체 예산을 투입한 빈집 정비를 계속하면서 국비 사업에서는 철수하는 상황을 맞았다. 향후 국토부의 지원 한도와 지방비 분담 조건이 조정될지, 인천시가 개선된 조건을 토대로 다시 국비 사업에 참여할지가 빈집 철거지원사업의 실효성을 판단할 주요 지점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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