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남아 있는 대형마트와 온라인 사업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해 다시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경영권 이전이 아니라 향후 채무 변제와 사업 정상화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절차다. 그러나 대형마트 업황이 약해진 데다 인수 이후 필요한 추가 투자 규모까지 불확실해 매각 성사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홈플러스가 제시한 방향은 현재 운영 중인 오프라인 점포 67곳의 영업권과 온라인사업부문을 하나로 묶어 넘기는 영업양수도 방식의 통매각이다. 회사는 지난 17일부터 매각 절차에 착수했고,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잠재적 인수 후보군에 투자안내서를 발송했다. 회생 과정에서 남겨진 핵심 사업을 한 번에 이전해 사업 연결성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67개 점포와 온라인 사업 묶은 통매각이 기본 구상
홈플러스는 올해 5월에도 잔존 사업부문을 대상으로 인가 전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당시에는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한 뒤 남은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인수자 입장에서 떠안아야 할 재무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사업 불확실성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실제 원매자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번에 다시 추진되는 매각 역시 기본 구조는 사업 전체를 함께 넘기는 방식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잔존 사업부문의 매각가는 2조원대다. 후보군으로는 기존 대형마트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이 거론된다. 이들 기업은 기존 점포망과 홈플러스의 점포를 결합할 경우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고, 오프라인 점포를 온라인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구조에서도 시너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잠재적 전략적 투자자로 평가된다.
다만 통매각의 장점이 곧바로 인수 매력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아니다. 인수자가 매각대금뿐 아니라 향후 점포 운영 정상화, 납품망 복구, 사업 효율화에 필요한 추가 비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영업 기반이 이전보다 약해진 상황에서 전체 사업을 한꺼번에 인수하는 결정은 단순한 점포 수 확대와는 다른 부담을 안게 된다.
대형마트 비중 8.5%…업황 변화가 인수 판단의 핵심 변수
가장 큰 변수는 유통시장 구조의 변화다. 산업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체 매출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한자릿수까지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8.5%에 그쳤다. 반면 온라인 유통의 비중은 60%까지 높아졌다. 오프라인 점포를 늘려 외형을 키우는 전략보다 기존 사업의 효율성과 온라인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이 중요해진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주요 경쟁사들의 점포 수에도 나타난다. 올해 2분기 기준 이마트 할인점과 롯데마트 할인점의 국내 점포 수는 2020년과 비교해 각각 9개, 10개 줄었다. 시장이 점포 확장보다 효율화에 무게를 두는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67개 점포를 한꺼번에 인수하면 기존 매장과 상권이 겹치는 지점, 추가 조정이 필요한 점포가 발생할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결국 매각가 2조원대라는 숫자만으로 거래 부담을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 인수 의사결정에서는 얼마에 사느냐뿐 아니라 인수 후 얼마를 더 투입해야 정상 운영이 가능한지, 기존 점포망과 얼마나 효율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홈플러스가 지난달 영업을 중단했던 점포들의 운영을 다시 시작했지만, 영업 재개 이후 매출이 기존 목표치의 40% 수준에 머물고 있고 일부 납품업체와의 거래도 원활하지 않다는 점은 정상화 비용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지난 5월 인가 전 M&A가 원매자 확보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매각을 바라보는 중요한 배경이다. 부실 점포 정리를 통해 인수 부담을 낮추려 했던 첫 시도 이후에도 영업 정상화와 추가 투자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재매각에서는 남은 사업의 규모 자체보다 현재 영업 상태와 향후 정상화에 필요한 비용을 인수자가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거래 성사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분리 매각하면 거래 가능성은 높아져도 물류망 약화 우려
통매각이 쉽지 않을 경우 대안으로 거론되는 방식이 분리 매각이다. 사업성이 있는 점포를 선별해 다른 유통업체에 넘기거나, 개발·임대 등 부동산 활용 가치가 높은 자산을 별도로 처분하는 방식이다. 전체 사업을 인수할 자금 여력이 없는 기업도 필요한 점포나 자산만 선택할 수 있어 거래 참여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 사업 구조에서는 점포가 단순한 판매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대형마트 온라인 사업은 기존 점포에 있는 재고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방식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점포가 여러 인수자에게 나뉘어 매각되면 배송 거점이 분산되고, 물류망과 온라인 사업의 연결성이 약해질 수 있다.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 배치된 점포가 배송 거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점포망이 조각날수록 기존 온라인 사업의 효율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분리 매각은 당장의 매각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잔존 온라인 사업의 가치까지 함께 고려하면 단순한 해법으로 보기 어렵다. 개별 점포나 자산은 매력적인 거래 대상이 될 수 있어도 전체 유통망과 결합했을 때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매각은 사업 연결성을 지키는 데 유리하지만 인수자의 부담이 크고, 분리 매각은 매수자 찾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질 수 있는 대신 기존 물류망이 약해질 수 있는 구조다.
이번 매각 결과가 회생계획의 향방 가른다
홈플러스 입장에서 이번 인수합병은 회생 절차의 향방을 좌우하는 단계다. 거래가 성사되면 매각 자금을 바탕으로 채무 변제와 사업 정상화 작업을 추진할 수 있다. 반대로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현재 마련된 회생계획을 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한 차례 인가 전 M&A가 성사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번 재매각 결과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결국 핵심은 누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사업 가치를 유지하면서 거래를 성사시키느냐에 있다. 67개 점포와 온라인 사업을 하나로 묶는 통매각이 유지될지, 일부 자산을 나눠 파는 방식으로 전환될지에 따라 향후 홈플러스의 사업 구조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대형마트 업황 부진과 추가 투자 부담, 온라인 배송망 유지라는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매각은 홈플러스 회생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