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암살자(들)’ 관람평 매크로 정황에 경찰 수사 의뢰

네이버가 영화 ‘암살자(들)’ 관람평에서 자동화 도구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비정상적인 이용 정황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관람평과 공감·비공감 수가 중복 반영됐던 서비스 오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단순 시스템 문제와는 별개의 비정상 트래픽이 일부 영화에서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네이버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암살자(들)’ 관람평의 기본 정렬 방식을 기존 공감순에서 최신순으로 바꾸고, 영화 검색 결과 첫 화면에 표시되는 평점 영역도 전문가 평점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실관람객과 네티즌의 평점·리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기존 관람평 영역에서는 계속 확인할 수 있다.

서비스 오류 조사 중 별도 어뷰징 정황 확인

네이버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영화 관람평과 공감·비공감 수가 중복 반영됐던 문제를 자체 분석했다. 조사 결과 서비스 업데이트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와는 별개로 일부 영화에서 정상적인 이용 패턴으로 보기 어려운 트래픽이 발생한 정황이 확인됐다.

네이버는 이 가운데 ‘암살자(들)’ 관람평에서 기계적 어뷰징이 확인됐다고 4일 공지를 통해 밝혔다. 기계적 어뷰징은 사람이 일반적인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화 도구 등을 활용해 특정 기능을 반복적으로 작동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번 사안에서는 관람평 자체뿐 아니라 이용자들이 누르는 공감·비공감 수가 영화 리뷰의 노출 순서와 평가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특히 기존 기본 정렬 방식이 공감을 많이 받은 관람평을 먼저 보여주는 구조였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공감 수가 늘어난다면 이용자가 처음 접하는 리뷰 순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네이버는 확인된 정황을 자체 조치에 그치지 않고 지난 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자동화가 사용됐는지, 누가 이를 실행했는지 등 수사와 관련된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회사는 수사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암살자(들)’ 관람평 기본 정렬, 공감순에서 최신순으로

수사 의뢰와 함께 이용자가 실제로 보게 되는 영화 관람평 화면도 임시로 달라졌다. 네이버는 ‘암살자(들)’의 기본 관람평 정렬을 기존 공감순에서 최신순으로 변경했다.

그렇다고 공감순 기능 자체를 없앤 것은 아니다. 이용자가 별도로 공감순 탭을 선택하면 기존 방식대로 공감을 기준으로 정렬된 관람평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관람평 페이지에 처음 들어갔을 때 자동으로 노출되는 기준만 최신 작성 리뷰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이 조치는 기계적 어뷰징 정황이 확인된 상황에서 공감 수가 관람평의 기본 노출 순서를 좌우하는 영향을 일시적으로 줄이려는 성격을 갖는다. 네이버도 이번 변경을 영구적인 제도 개편으로 확정한 것이 아니라 수사와 서비스 영향을 고려한 임시 조치라고 설명했다.

관람평 정렬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처럼 공감순이나 최신순 가운데 하나를 기본값으로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별도의 새로운 정렬 기준을 도입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 네이버의 설명이다.

향후 실제로 새로운 정렬 기능이 도입될 경우 이용자가 영화 검색 과정에서 처음 접하는 관람평의 기준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현재 구체적인 적용 방식이나 시행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영화 검색 첫 화면에서는 전문가 평점만 노출

변화는 ‘암살자(들)’ 한 작품의 리뷰 정렬에만 그치지 않는다. 네이버는 전체 영화 검색 결과에서 평점을 보여주는 방식도 변경한다.

영화명을 검색했을 때 첫 화면에 나타나는 평점 표시 영역인 롤링보드에서는 앞으로 전문가 평점만 볼 수 있도록 한다. 실관람객과 네티즌의 평점 및 리뷰는 삭제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관람평’ 영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 영화 검색 첫 화면에서 이용자 평가와 전문가 평가가 함께 노출되는 구조를 조정하고, 일반 이용자가 작성한 평점과 리뷰는 한 단계 들어간 관람평 영역에서 확인하도록 구분하는 방식이다.

이번 조치가 나온 배경에는 최근 발생한 중복 집계 오류도 있다. 네이버 영화 별점 서비스에서는 일부 관람평이 중복 등록되거나 동일한 공감·비공감 수가 여러 번 집계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29일 공지를 통해 오류 재발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를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중복 등록된 관람평을 삭제했으며 공감·비공감 집계에서도 중복된 수치를 제외했다.

중요한 점은 네이버가 당시 발생한 오류와 이번에 확인된 기계적 어뷰징을 동일한 문제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선 오류는 ‘암살자(들)’에만 발생한 것이 아니었으며, 매크로 사용 의혹에 대해서는 별도로 기술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후 분석 과정에서 일부 영화의 비정상 트래픽을 확인하면서 경찰 수사 의뢰까지 이어졌다.

역사 왜곡·별점 테러 논란까지 겹친 ‘암살자(들)’

이번 관람평 조치는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평가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작품에는 당시 대통령 측이나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계획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이를 두고 일각에서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화 내용에 반발한 일부 네티즌은 네이버 영화 관람평에서 최저점인 별점 1점을 부여하기도 했다.

반대로 이런 움직임을 놓고 특정 영화를 대상으로 집단적으로 낮은 점수를 주는 이른바 ‘별점 테러’라는 주장도 나왔다. 작품 내용에 대한 비판과 온라인 평점 시스템의 공정성 문제가 동시에 얽히면서 영화 자체를 둘러싼 논쟁이 관람평 서비스 운영 문제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다만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낮은 평점을 주는 행위와 자동화 도구를 이용한 기계적 어뷰징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가 이번에 경찰 수사를 의뢰한 직접적인 이유는 특정 평가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여부가 아니라 자체 분석 과정에서 비정상 트래픽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준 점에 대해 다시 사과하면서 수사기관의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건전한 영화 관람 후기 문화를 만들기 위해 관련 서비스를 계속 개선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앞으로 확인할 부분은 경찰 수사를 통해 실제 자동화 도구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됐는지가 밝혀지는지, 그리고 네이버가 검토 중인 새로운 관람평 기본 정렬 방식을 어떤 형태로 적용할지다. 현재 확정된 변화는 ‘암살자(들)’ 관람평의 기본 노출 기준이 최신순으로 임시 변경됐고, 전체 영화 검색 첫 화면에서는 전문가 평점만 노출하도록 조정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