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에서 주택분 재산세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가 아니라 동대문구로 나타났다. 동대문구의 주택분 재산세 관련 세액은 지난해보다 26.4% 늘었으며, 특히 공시가격 12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과세건수가 불과 1년 사이 약 6배로 증가한 것이 두드러졌다.
서울 전체적으로도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주택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기존 고가주택 밀집지역인 강남3구 밖에서 나타나면서 서울의 고가주택 분포가 이전보다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번 자료의 핵심이다. 강남3구가 서울 전체 고가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사이 69.0%에서 59.1%로 낮아졌다.
동대문구 재산세 944억원…서울 25개구 중 증가율 1위
14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시 세무과에서 제출받은 ‘2021~2026년 주택분 재산세 현황’에 따르면 올해 동대문구의 주택분 재산세 관련 세액은 944억3183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대문구의 관련 세액은 747억1959만원이었다. 1년 사이 197억원가량 늘면서 증가율은 26.4%를 기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고가 아파트와 주택이 밀집한 강남3구의 증가율도 높았지만 동대문구에는 미치지 못했다. 서초구의 주택분 재산세 관련 세액은 지난해보다 24.2% 증가했고 송파구는 23.8%, 강남구는 16.1% 늘었다.
다만 실제 세액 규모에서는 여전히 강남3구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올해 주택분 재산세 관련 세액은 강남구가 7345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초구 5204억원, 송파구 4632억원으로 집계됐다. 세 지역의 세액을 합치면 서울 전체 주택분 재산세 관련 세액의 44.1%에 달한다.
따라서 동대문구가 재산세 규모 자체에서 강남3구를 넘어선 것은 아니다. 올해 변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세액 총액보다 증가 속도다. 기존에 상대적으로 고가주택 비중이 낮았던 지역에서 공시가격이 높은 주택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세 부담 증가율이 강남3구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동대문구 12억원 초과 주택 399건에서 2397건으로
동대문구 재산세 증가의 배경을 보여주는 지표는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주택의 과세건수다. 지난해 동대문구의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주택 과세건수는 399건이었지만 올해는 2397건으로 늘었다.
증가 건수는 1998건이며 증가율로는 500.8%다. 기존의 약 6배 수준으로 확대된 것이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의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주택 증가율은 43.9%였다. 동대문구의 증가율은 서울 전체보다 11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 수치가 눈에 띄는 이유는 일반적인 집값 상승률과 재산세 증가율 사이에 차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동대문구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4.3%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7위였다.
평균적인 주택가격 상승률만 보면 서울에서 가장 빠르게 집값이 오른 지역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공시가격 12억원이라는 기준을 넘어선 주택이 단기간에 크게 늘면서 과세 구조에는 상당한 변화가 발생했다. 평균 가격 변동보다 특정 가격 구간을 넘어선 주택이 얼마나 늘었는지가 재산세 증가에 중요한 영향을 준 셈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등 보유세 산정에 활용되는 기준이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평균 9.13% 올랐고 서울은 평균 18.60% 상승한 것으로 확정됐다. 이러한 공시가격 상승 과정에서 기존에 12억원 아래에 있던 상당수 주택이 기준선을 넘어선 지역에서는 고가주택 과세건수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서울 12억원 초과 주택 67만건…강남3구 비중은 59.1%
고가주택 증가 현상은 동대문구 한 곳에서만 나타난 변화가 아니다. 서울 전체의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주택은 지난해 46만5663건에서 올해 67만308건으로 증가했다.
1년 동안 새로 늘어난 물량은 20만4645건이며 증가율은 43.9%다. 서울 주택시장에서 공시가격 12억원을 넘어서는 주택의 범위가 상당히 넓어진 것이다.
특히 지역별 비중 변화가 뚜렷하다.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강남3구가 서울 전체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9.0%였지만 올해는 59.1%로 낮아졌다. 불과 1년 사이 9.9%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강남3구를 제외한 한강벨트 8개구의 비중은 지난해 28.3%에서 올해 37.7%로 상승했다. 증가 폭은 9.4%포인트다. 기존 고가주택 밀집지역 외의 서울 주요 지역에서도 공시가격 12억원을 넘어선 주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강벨트 밖 14개구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이들 지역의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주택은 지난해 1만2501건에서 올해 2만1715건으로 늘었다. 9214건이 증가해 증가율은 73.7%에 달했다.
한강벨트 밖에서 늘어난 9214건을 지역별로 보면 서대문구가 325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대문구 1998건, 중구 1283건, 종로구 977건, 강서구 867건, 구로구 614건 순이었다.
특히 서대문구와 동대문구에서 늘어난 물량을 합하면 한강벨트 밖 전체 증가분의 57.0%를 차지한다. 서울 고가주택의 지리적 범위가 강남3구와 전통적인 인기 주거지역에서 서북권과 동북권 일부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비강남권 재산세 증가 확산…세제개편도 향후 변수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재산세 증가 현상은 다른 비강남권에서도 나타났다. 성동구의 주택분 재산세 관련 세액은 전년보다 21.5% 증가했고 마포구는 14.5%, 광진구는 14.3% 늘었다. 동대문구만의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 서울의 여러 지역에서 두 자릿수 증가율이 나타난 것이다.
이번 통계에서 중요한 변화는 재산세 부담 증가 지역이 과거보다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3구는 여전히 전체 세액 규모와 고가주택 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공시가격 12억원을 넘어선 주택의 신규 증가분은 서울 다른 지역에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보유세 정책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지난 3일 고가주택 등에 대한 보유세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시가격이 높은 주택의 지역적 분포가 넓어지는 상황에서 세제 변화가 적용될 경우 영향을 받는 지역과 주택 보유자의 범위도 이전보다 확대될 수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부동산 관련 세제가 국민의 주거와 자산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주택가격과 공시가격 변화로 세 부담이 특정 지역에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까지 살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서울 재산세 통계는 고가주택의 중심이 여전히 강남3구에 있다는 사실과 함께, 공시가격 상승의 영향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변화도 동시에 보여준다. 강남3구의 세액 규모가 압도적인 상황은 유지되고 있지만 고가주택 증가율과 재산세 상승률에서는 동대문구와 서대문구 등 비강남 지역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향후에는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주택의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이러한 분포 변화가 계속 이어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정부의 세제개편이 확정될 경우 공시가격 상승과 맞물려 실제 주택 보유자의 재산세와 전체 보유세 부담이 지역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주요 확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