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와 정제유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이재명 대통령이 밝혔다. 정부가 원유 수입처를 다변화해 중동 의존도를 기존 70% 수준에서 50%대로 낮췄고, 전략비축유 스왑과 정제유 최고가격제, 수출 물량 관리 등을 함께 가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12일 오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국민들에게 유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휘발유와 경유를 비롯한 국내 정제유 가격이 계속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국내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않도록 공급과 가격을 동시에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대통령의 설명이다.
원유 중동 의존도 70%에서 50%대로 낮춘 배경
이 대통령이 국내 유가 안정의 첫 번째 근거로 제시한 것은 원유 수입처 다변화다. 정부는 원유 특사를 파견하는 등 원유 확보를 위한 대외 협의를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먼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올 때 발생하는 장거리 수송비를 보조하는 조치를 추진해왔다.
그 결과 이 대통령은 한때 70%에 이르던 국내 원유 수입의 중동 의존도를 몇 달 만에 50%대로 낮췄다고 밝혔다. 원유 공급처를 여러 지역으로 분산해 특정 지역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했을 때 국내 수급 전체가 받는 충격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중동 의존도가 50%대로 낮아졌다고 해서 관련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도 현재 중동 의존도가 여전히 50% 수준으로 높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원유시장의 불확실성도 계속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정부는 현재 수준에서 수입처 다변화를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원유 공급선을 추가로 분산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국제 원유 가격만 관리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원유를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공급선과 수송 능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유 수입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와 경유가 원유를 정제해 만들어지는 석유제품이기 때문이다. 국제 원유 가격과 정제유 가격의 상승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수입 물량 자체에 문제가 생기면 국내 정유사의 원료 확보와 제품 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가 가격 대책과 함께 원유 수입처 다변화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전략비축유 스왑과 최고가격제…국내 정제유 안정 대책
원유 공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또 다른 대책은 전략비축유 스왑제다. 이 대통령은 해당 제도를 통해 전략비축유를 소진하지 않으면서도 원유 공급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비축유는 원유 공급에 비상 상황이 발생할 때 대응할 수 있도록 확보해둔 물량이다. 이번에 대통령이 강조한 스왑 방식의 핵심은 비축 물량을 단순히 꺼내 소비하는 방식과 달리 전략적 비축 능력을 유지하면서 시장에 필요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국제 원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가능성까지 고려한 대응으로 제시됐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 관리에는 별도의 조치가 적용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제 원유와 국제 정제유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도 국내 정제유는 최고가격제와 수출 물량 통제를 통해 안정적인 가격과 공급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국제시장에서 정제유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국내에서 필요한 휘발유와 경유 물량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충격을 억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가격을 관리하면서 수출 물량도 조절해 국내 공급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하는 구조다.
정부 조치로 정유사에 발생할 수 있는 부담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정부가 보전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정제유 가격 폭등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이익이 커진 상태이며, 국내 가격과 수출 물량 통제로 발생하는 손실은 정부가 보전한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국내 정유사들이 사상 최대 수준의 호황을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매점매석·담합 차단과 주유소 경쟁으로 시장 교란 관리
정부는 원유 수입과 정유사 공급 단계뿐 아니라 실제 소비자가 기름을 구매하는 유통시장에 대한 관리도 병행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매점매석과 담합을 차단하고 시장 교란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정 사업자가 공급 불안을 이용해 물량을 쌓아두거나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의 공급 대책이 실제 소비자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에 정부는 공급량 확보와 가격 제한뿐 아니라 유통 단계에서의 비정상적인 거래 행위까지 함께 관리 대상으로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착하디착한 주유소’ 선정 등 선의의 경쟁 체제를 유지해 시장 교란을 봉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직접적인 가격 관리 수단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유소 사이의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는 취지다.
이번 대통령 메시지에서 주목할 부분은 국제유가와 국내 소비자가 실제 부담하는 휘발유·경유 가격을 구분해 설명했다는 점이다. 국제 원유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그 상승폭이 즉시 동일하게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로 두지 않고, 원유 확보와 정제유 공급, 수출 조절, 가격 관리, 시장 감시를 결합해 국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대책을 근거로 대한민국이 현재의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 원유와 정제유 가격 상승에도 국내 공급 물량을 유지할 수 있는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둔 발언이다.
중동 의존도 여전히 50%…수송로와 선박 안전도 변수
정부가 원유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중동 의존도를 낮췄지만 남아 있는 위험 요인도 분명하다. 이 대통령은 원유 수입의 중동 의존도가 현재도 50% 수준이라는 점을 직접 언급하며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경계했다.
원유를 계약해 확보하는 것만으로 국내 공급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원유를 한국까지 운송할 수 있는 해상 수송로가 정상적으로 유지돼야 하고 원유를 실어나르는 선박과 선원의 안전도 확보돼야 한다. 중동 정세가 장기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는 원유 생산뿐 아니라 운송 과정까지 공급망 관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에 따라 원활한 원유 수송로 확보와 원유 운송 선박 및 선원의 안전 확보에도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원유 수입처 다변화 정책과 함께 실제 국내 반입까지 이어지는 운송 단계의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유가 안정 대책은 크게 원유 수입선 다변화, 장거리 원유 수송비 지원, 전략비축유 스왑, 국내 정제유 최고가격제, 수출 물량 관리, 매점매석·담합 차단 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원유 수송로와 선박·선원의 안전 확보도 대응 과제에 포함됐다.
따라서 향후 국내 유가 상황을 판단할 때는 국제 원유 가격의 움직임만 볼 것이 아니라 정부의 수입 다변화가 어느 정도 지속되는지, 국내 정유사의 공급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휘발유·경유 가격 관리가 실제 주유소 판매가격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반영되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국제 원유시장의 상황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마련된 정책 수단을 통해 국내 정제유의 가격과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동 의존도를 70% 수준에서 50%대로 낮춘 데 이어 수입처 다변화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는 공급선 확대와 국내 가격 안정 정책이 국제유가 급등 상황에서 얼마나 지속적으로 효과를 내는지가 핵심적인 확인 지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