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TV가 화면이 꺼진 대기 상태에서도 음성과 가정 내 네트워크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불거졌다. 해외 IT 채널 Gamers Nexus와 Level1Techs 등이 미국에서 판매되는 LG OLED TV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한 데 따른 것이다. LG전자는 사용자의 일상 대화를 상시 수집하거나 녹음한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음성 데이터가 처리되는 조건은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Gamers Nexus가 제기한 LG TV 음성 수집 의혹은
이번 논란은 Gamers Nexus가 Level1Techs 및 보안 연구진과 함께 LG 스마트TV의 네트워크 통신과 데이터 처리 방식을 분석하면서 시작됐다. 공개된 분석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LG OLED TV 모델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실험 과정에서 TV가 대기 상태일 때도 음성과 관련된 데이터가 처리되는 현상을 관찰했다고 주장했다. Level1Techs의 웬델은 주변 환경에서 발생하는 음성이 일정한 간격으로 포착되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매체 Ars Technica가 해당 분석을 전한 내용에 따르면 연구진은 LG G5 OLED를 비롯한 TV가 같은 로컬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른 기기를 탐색하는 모습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등 TV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기기까지 식별됐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인근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탐색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스마트TV가 인터넷 연결 기능과 스마트홈 기능을 갖춘 기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범위까지 주변 기기 정보를 인식하고, 그 정보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를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다만 공개된 분석 결과만으로 LG TV가 가정에서 이뤄지는 모든 대화를 지속적으로 녹음해 외부 서버에 저장한다고 확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연구진이 관찰했다고 밝힌 데이터 처리 현상과 LG전자가 설명하는 공식적인 음성인식 작동 조건 사이에 차이가 있어 양측의 주장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LG전자 “음성 버튼이나 호출어 인식 때만 처리”
LG전자는 TV가 주변 대화를 상시 수집한다는 주장에 선을 그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음성 데이터는 리모컨의 음성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명령하거나, 지원 모델에서 원거리 음성인식 기능을 활성화한 뒤 ‘Hi LG’와 같은 호출어가 인식되는 경우에 처리된다.
LG전자의 미국 공식 지원 문서에서도 음성 검색을 이용할 때 리모컨의 음성인식 버튼을 누른 상태로 명령을 말하고 버튼을 놓으면 TV가 음성 명령을 처리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연결과 관련 이용조건에 대한 동의도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핸즈프리 음성인식을 지원하는 모델은 작동 방식이 다르다. LG전자 공식 안내에 따르면 지원 TV에서는 ‘Hi LG’ 또는 ‘Hi TV’와 같은 호출어를 설정할 수 있다. 일부 모델은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호출어를 이용해 TV를 켜는 기능을 제공한다.
따라서 호출어를 인식하기 위한 기기 내부의 감지 과정 자체와 사용자의 일상 대화를 서버로 전송하거나 저장하는 행위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LG전자는 호출어가 인식되지 않은 경우 음성 데이터가 서버로 전송되지 않으며, 호출어 감지를 위한 처리는 TV 내부에서 이뤄진 뒤 삭제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 역시 LG TV는 리모컨 음성 버튼을 사용하거나 원거리 음성인식 기능을 켠 상태에서 호출어가 인식됐을 때 음성 데이터를 처리하며, 그 밖의 상황에서 주변 대화를 수집하거나 녹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CR은 무엇이고 TV 시청정보와 어떤 관계가 있나
이번 분석에서 함께 거론된 기능은 자동콘텐츠인식(ACR)이다. ACR은 TV에서 재생되는 화면이나 음성의 특징을 분석해 어떤 콘텐츠가 시청되고 있는지를 식별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시청 패턴을 파악하고 콘텐츠 추천이나 광고 등에 활용할 수 있다.
Gamers Nexus 측은 실험에서 관찰한 일부 데이터가 ACR과 연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LG전자는 ACR을 통한 시청정보 활용 역시 이용자 선택과 동의를 전제로 한다는 입장이다.
LG전자는 관련 동의를 하지 않은 사용자의 ACR 데이터를 광고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LG전자 지원 자료에서도 스마트TV의 일부 서비스나 이용약관은 선택적으로 동의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이후 설정에서 선택 사항을 변경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ACR과 음성인식 기능 역시 같은 기능으로 볼 수 없다. ACR은 시청 중인 콘텐츠를 인식하기 위한 기술이고, 음성인식은 사용자가 TV를 음성으로 조작하거나 검색하기 위한 기능이다. 이번 논란에서는 연구진이 관찰한 데이터가 실제로 어떤 기능에서 생성됐으며 어디까지 전송·보관되는지가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됐다.
미국 판매 TV 대상 분석…국내 제품 적용 여부는 확인 안 돼
이번 의혹을 국내 LG TV 전체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Gamers Nexus 등의 분석 대상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LG전자 TV였다. 현재 공개된 조사만으로 국내 판매 모델에서도 동일한 음성 처리나 네트워크 탐색 방식이 적용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LG전자 공식 안내에서도 음성인식 기능과 설정 메뉴, 지원 범위는 TV 모델과 국가, 언어, webOS 버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핸즈프리 음성 제어 역시 해당 기능을 지원하고 내장 마이크가 탑재된 모델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 같은 네트워크의 다른 기기를 탐색하는 기능 자체는 스마트홈과 기기 연결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TV에서 사용될 수 있다. LG전자는 주변 기기 검색이 스마트TV와 스마트홈 환경에서 일반적으로 제공되는 기능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논란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은 단순히 기기를 검색할 수 있는지 여부를 넘어 어떤 정보가 실제 수집되고 외부로 전송되는지, 이용자 동의가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지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에는 연구진의 실험 결과와 LG전자의 공식 설명이 함께 존재한다. 따라서 ‘LG TV가 꺼져 있을 때 모든 대화를 녹음한다’고 단정하거나, 반대로 연구진이 제기한 데이터 처리 문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는 것 모두 공개된 정보의 범위를 넘어선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TV가 핸즈프리 음성인식을 지원하는지, 해당 기능이 활성화돼 있는지, ACR 등 선택적 데이터 활용 항목에 동의했는지를 제품 설정에서 확인하는 것이 관련 기능의 작동 범위를 파악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미국 제품을 대상으로 제기된 이번 분석이 국내 모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