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LNG선 4척 수주, 조선 3사 가스텍서 미래 기술 경쟁

국내 조선업계가 대형 LNG운반선 수주와 차세대 에너지·디지털 기술을 동시에 앞세우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오세아니아 선주와 20만㎥급 LNG운반선 4척과 원유운반선 2척을 총 1조6476억원에 계약했고, 같은 시기 태국 방콕에서 열린 ‘가스텍 2026’에서는 삼성중공업과 HD현대, 한화오션이 각각 FLNG, 차세대 LNG운반선, 부유식 데이터센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통적인 선박 건조 수주를 넘어 에너지 생산과 운항 효율화, 해상 데이터 인프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삼성중공업 계약 가운데 LNG운반선 4척의 규모만 10억 달러, 약 1조3730억원에 이른다. LNG운반선은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LNG운반선 18척을 포함해 상선 73억 달러를 수주하며 지난해 연간 수주 실적인 71억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삼성중공업, 20만㎥급 LNG운반선 4척 포함 1조6476억원 계약

삼성중공업이 14일 발표한 계약은 LNG운반선과 원유운반선을 함께 묶은 대규모 수주다. 오세아니아 선주와 계약한 선박은 20만㎥급 LNG운반선 4척과 원유운반선 2척으로, 전체 계약 금액은 1조6476억원이다.

이 가운데 LNG운반선 4척은 약 10억 달러 규모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조3730억원이다. 전체 계약 금액에서 LNG운반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번 수주는 삼성중공업의 주력 고부가가치 선종 수주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상선 수주 실적도 이미 지난해 연간 수준을 넘어섰다. 회사가 올해 수주한 상선은 73억 달러 규모로, 지난해 전체 실적인 71억 달러를 웃돈다. 특히 LNG운반선 수주 물량은 18척까지 늘었다.

LNG운반선은 액화천연가스를 영하의 극저온 상태로 유지하며 장거리 운송해야 하기 때문에 화물창, 가스 처리, 추진 시스템 등에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 일반 상선보다 척당 계약 금액이 높은 경우가 많아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집중해온 핵심 선종 가운데 하나다.

최근 글로벌 발주 흐름에서도 LNG 관련 선박의 비중은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클락슨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NG운반선 발주량은 59척으로 지난해 연간 발주량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난해보다 발주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에서 LNG운반선 시장의 회복세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전체 글로벌 신조선 발주 규모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증가했다. 한국 조선업계는 중국보다 전체 수주량에서는 뒤처졌지만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중심으로 수주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이번 계약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온 대규모 LNG선 수주다.

삼성중공업이 가스텍서 내세운 핵심은 FLNG와 SENSE

삼성중공업은 선박 수주와 동시에 해양 LNG 생산설비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가스텍 2026에서 회사가 핵심 사업으로 내세운 분야는 부유식 LNG 생산설비인 FLNG다.

FLNG는 해상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육상 플랜트로 보내지 않고 해상에서 직접 처리하고 액화한 뒤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든 대형 해양설비다. 쉽게 말해 LNG 생산공장을 바다 위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으로 운반한 뒤 액화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생산지 인근 해상에서 액화와 저장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천연가스 액화 기술인 ‘SENSE’를 FLNG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ENSE는 천연가스를 냉각해 액화하는 과정에 사용되는 기술로, 삼성중공업이 LNG 관련 핵심 기술의 자체 확보를 위해 개발해온 시스템이다.

회사는 이번 가스텍에서 SENSE를 적용한 FLNG 관련 선급 인증을 확보하고 첫 라이선스 사업화도 추진한다. 단순히 FLNG 구조물을 건조해 인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LNG 액화기술을 사업화하면서 기술 사용 영역까지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LNG운반선뿐 아니라 FLNG 분야에서도 사업 경험을 축적해 왔다. 여기에 자체 액화기술을 접목하면 선박 건조와 해양플랜트, LNG 처리 기술을 하나의 사업 구조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성장 분야로 주목된다.

이번 대규모 LNG운반선 계약과 FLNG 기술 공개가 같은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도 눈에 띈다. 단기적으로는 LNG운반선 수주를 통해 실적을 확보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해상 LNG 생산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구도가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는 차세대 LNG선과 AI 운항 기술에 집중

HD현대는 가스텍 2026에서 LNG운반선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설계와 선박 운항의 디지털화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대표 기술은 선원 거주구를 선수, 즉 배 앞부분으로 이동시킨 차세대 LNG운반선이다.

일반적인 선박에서는 거주구와 주요 구조물이 갑판 공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HD현대가 공개한 설계는 거주 공간의 위치를 변경해 상갑판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확보된 공간에는 풍력보조추진장치 등 추가 설비를 보다 유연하게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풍력보조추진장치는 선박이 운항할 때 바람의 힘을 추가적인 추진력으로 이용하는 장비다. 기존 엔진 추진과 함께 사용해 연료 소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형 LNG운반선처럼 장거리 항해 비중이 높은 선박에서는 연료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운항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

HD현대는 선체 설계뿐 아니라 LNG운반선에 탑재되는 엔진과 발전기 등 복잡한 동력 장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 상용화도 추진하고 있다. 선박 운항 과정에서 여러 장비의 상태와 운항 조건을 분석하고 효율적인 운전 조건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접근은 조선사의 사업 범위가 선박을 건조해 인도하는 단계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선박이 실제 운항되는 동안 연료 사용량과 장비 운용 효율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솔루션까지 사업 영역으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HD현대는 기존에도 LNG운반선 주요 시스템의 디지털트윈과 엔진·전력·가스 시스템을 연결하는 기술, 선박 핵심 장비 상태를 AI로 진단하는 솔루션 등을 개발해 왔다. 이번 가스텍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차세대 LNG운반선 설계와 연계해 실제 운항 효율을 높이는 방향을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60MW급 부유식 데이터센터 첫 공개

한화오션은 LNG선이나 기존 해양플랜트와는 다른 미래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가스텍 2026에서 공개한 것은 60메가와트급 부유식 데이터센터(FDC)다. 한화오션이 글로벌 시장에 자체 부유식 데이터센터 개념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DC는 서버와 전력 설비 등을 육지가 아닌 바다 위 부유식 구조물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과 부지, 냉각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해상 공간을 활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센터가 대안 가운데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

한화오션이 공개한 구상에서는 데이터센터 서버와 발전설비를 해상 구조물에 설치하고, 주변의 해수를 냉각에 활용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냉각 문제를 해상 환경과 결합해 해결하려는 방식이다.

60MW는 단순한 실험용 설비가 아니라 상당한 규모의 전력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를 전제로 한 개념이다. 특히 한화오션이 보유한 해양 부유식 구조물 설계·건조 경험을 데이터센터 산업과 연결한다는 점에서 기존 조선업의 사업 범위를 넘어서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번 가스텍에서 국내 조선 3사가 내놓은 전략은 서로 다른 방향을 보이지만 공통점도 분명하다. 삼성중공업은 LNG 생산과 액화 기술, HD현대는 LNG운반선과 AI 기반 운항 효율화, 한화오션은 해상 데이터 인프라를 각각 미래 사업으로 제시했다.

즉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이 이제 단순히 ‘누가 더 많은 선박을 수주하느냐’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LNG를 생산하고 운송하는 설비부터 선박의 실제 운항을 최적화하는 디지털 기술, 바다 위 데이터센터 같은 새로운 해양 인프라까지 경쟁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1조6476억원 규모 선박 계약은 당장의 수주 실적을 보여주는 사건이지만, 가스텍 2026에서 공개된 기술들은 조선 3사가 앞으로 어떤 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으려 하는지 보여준다. LNG운반선 발주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존 고부가가치 선박 경쟁과 함께 FLNG, AI 운항 솔루션, 부유식 데이터센터 같은 차세대 사업의 실제 상용화 속도가 향후 국내 조선업계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