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인력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복무기간을 얼마나 줄여야 실제 병역 선택을 바꿀 수 있는지를 놓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현행 36개월을 30개월로 단축하는 법안이 새로 발의됐지만, 의대생과 전공의 단체들은 군사교육기간을 포함한 24개월이 아니면 실질적인 유인책이 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핵심 이유는 의대와 전공의 수련 일정이 대부분 3월을 기준으로 1년 단위로 움직여 30개월 복무 시 6개월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복무기간 단축 논의는 단순한 병역 부담 완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의대생들의 현역병 입대가 크게 늘어난 반면 신규 공보의는 빠르게 줄면서 군 의료와 지역 공공의료 인력 확보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복무기간 단축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지만 24개월과 30개월 가운데 어느 수준이 적절한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역병 선택은 늘고 신규 공보의는 급감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 따르면 현역병 입영을 선택한 의대생은 2020년 150명에서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 2838명으로 늘었다. 약 19배 증가한 규모다. 반대로 신규 공중보건의사는 2020년 742명에서 2025년 247명으로 감소했고 올해는 92명에 그쳤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는 군의관·공보의의 긴 복무기간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현행 복무기간은 3년이어서 상대적으로 짧은 현역병 복무를 택한 뒤 의대 학업이나 수련으로 복귀하려는 선택이 늘고 있다는 것이 관련 단체들의 설명이다.
정치권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황희 의원과 국민의힘 김선교·한지아 의원 등은 군의관·공보의 복무기간을 현행 3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반면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은 9월 8일 의무장교 복무기간을 현행 3년에서 30개월로 단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도 9월 4일 복무기간을 훈련기간을 포함해 24개월로 단축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단축 폭 자체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됐다.
의대생 82.3% “24개월이면 군의관·공보의 선택”
의대생 대상 조사에서는 복무기간에 따라 병역 선택 의향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공개한 병역 인식 조사에서 군미필 의대생의 67.2%는 현재 현역병이나 보충역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군사교육기간을 포함한 복무기간이 24개월로 줄어들 경우 응답자의 82.3%가 현역병보다 군의관이나 공보의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조사에서는 24개월 단축 시 군의관·공보의 선택 의향이 최대 3.41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과 대공협이 지난해 의대생 24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복무기간이 36개월일 때 군의관·공보의를 희망한 비율은 8.1%, 30개월일 때는 19.4%였다. 반면 24개월로 줄어들 경우 희망 비율은 94.7%까지 높아졌다.
관련 단체들이 이 결과를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6개월을 더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병역 선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기준점으로 24개월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군의관·공보의의 장점이 있더라도 복무 뒤 학업이나 수련으로 복귀하기 어려우면 현역병과 비교한 유인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30개월이면 왜 6개월 공백이 생기나
의대생과 전공의 단체가 30개월 단축안에 부정적인 가장 큰 이유는 수련 일정이다. 의대 학사 일정과 인턴·레지던트 선발은 대부분 3월을 중심으로 시작되고 1년 단위로 운영된다. 군의관·공보의 입영 역시 통상 3월에 이뤄지기 때문에 복무기간이 30개월이면 종료 시점이 9월 전후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복무를 마친 뒤 곧바로 인턴이나 레지던트 수련에 복귀할 수 있는 자리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하반기 모집이 있더라도 상반기와 비교해 모집 규모와 자리가 제한적일 수 있어, 다음해 3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주장이다.
의대협 손연우 회장은 인턴과 레지던트 채용 시점이 대체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복무가 2년을 넘으면 중간에 시간이 비게 된다고 설명했다. 30개월로 줄여도 실제 진로 설계에서는 3년 가까이 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공협 박재일 회장도 일반 대학에서는 9월 복학이 가능하고 6개월 단위로 일정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지만 의대 과정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턴이나 레지던트 수련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입대하거나 수련 도중 병역을 이행하는 경우 30개월 복무 후 바로 다음 단계로 이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같은 이유를 들고 있다. 전공의 수련은 통상 3월에 시작해 다음해 2월에 마치는 구조이고 군의관·공보의 입영도 연 1회 3월에 이뤄지는 만큼, 수련 연속성만 놓고 보면 24개월이 가장 현실적인 단위라는 입장이다.
24개월과 30개월 사이…쟁점은 실제 인력 유입 효과
대공협은 과거 36개월에서 30개월, 이후 24개월로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다만 당시 제시한 30개월은 장기적인 24개월 단축을 전제로 한 과도기적 방안이었다는 설명이다. 의정 갈등 이후 복귀 시점이 9월로 엇갈린 전공의들이 많았던 당시 상황을 고려한 한시적 접근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당사자 단체들이 강조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단축 자체보다 군의관·공보의를 실제로 선택하게 만들 정도의 복무기간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30개월 단축으로는 현역병과 비교한 시간적 불이익이 충분히 줄지 않고, 24개월까지 내려가야 수련 일정과 병역 기간을 맞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24개월 일괄 단축이 병력 운용과 제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복무기간을 줄이는 문제는 군 의료인력 확보뿐 아니라 공보의 배치와 지역 의료 공백, 병역 형평성 등 여러 제도와 연결돼 있어 단순한 기간 조정만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논의 대상이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30개월 단축안이 실제 의대생의 선택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24개월 단축이 군의관·공보의 인력 감소를 되돌릴 정도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개된 조사에서는 24개월로 줄었을 때 선택 의향이 크게 높아진 반면 30개월에서는 증가 폭이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번 논의의 초점은 단순히 6개월을 더 줄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의대 학업과 인턴·레지던트 수련으로 끊김 없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의대생과 전공의 단체들은 이런 수련 연속성을 기준으로 24개월을 요구하고 있고, 국회에서는 24개월과 30개월 단축안이 동시에 논의되면서 실제 제도화 과정에서 어느 수준으로 조정될지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