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중소 두부업계가 가공용 수입콩 부족으로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추가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연간 최소 25만톤의 수입 대두가 필요하지만 올해 정부 공급계획은 22만톤에 그쳐 약 3만톤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입콩 물량이 평년보다 줄어든 것은 맞지만, 국산 비축콩 할인 공급과 정부 보유 수입콩 추가 공급을 합치면 전체 공급량은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단순히 콩 3만톤이 부족한지 여부에만 있지 않다. 두부업계는 국산콩과 수입콩이 가격과 가공 특성에서 차이가 있어 수입콩 부족분을 국산콩으로 그대로 대체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국산콩 재고를 활용해 부족분을 보완하는 것이 식량 자급률 확대와 수급 안정에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연 25만톤 필요한데 올해 수입콩은 22만톤”
전국 6개 지역 연식품협동조합은 9월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공용 수입 대두 공급 확대를 요구했다. 업계가 제시한 연간 최소 필요량은 25만톤으로, 올해 정부 공급계획 22만톤보다 3만톤 많다.
이들 조합은 현재 공급계획대로라면 일부 지역에서 이르면 9월 말부터 원료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 두부업체는 대기업처럼 대규모 저장시설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확보한 원료가 소진되면 생산라인을 계속 운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방안은 단순한 일회성 추가 공급에 그치지 않는다. 가공용 대두에 0%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수입이익금을 없애는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중심의 국영무역 방식에서 실수요자가 직접 필요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민간 직수입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식용 대두에는 일정 물량까지 낮은 관세가 적용되는 저율할당관세, 즉 TRQ 제도가 운영된다. 정부는 WTO와 FTA 협상 결과에 따라 매년 식용대두 22만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으며, 국내 수급 상황을 고려해 필요할 경우 추가 물량을 운용한다.
TRQ 물량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국영무역 방식으로 직접 수입하거나 민간에 수입권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공급된다. 해당 범위를 넘어 별도로 수입하는 물량에는 487%의 높은 관세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중소 가공업계는 추가 수입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정부 공급계획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국산 비축콩 2만1000톤 할인 공급
농림축산식품부는 업계가 제기한 공급 부족 우려에 대해 수입콩 감소분을 국산콩 공급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올해 가공용 식용 대두 수입 물량이 평년과 비교해 약 3만톤 감소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농식품부는 수입 물량만 놓고 전체 공급 부족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수입콩을 주로 사용하던 가공업체가 국산콩으로 원료를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 비축 국산콩을 할인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공업체에 배정이 완료된 국산 비축콩은 2만1000톤이다. 공급가격은 ㎏당 약 1600원 수준이다. 정부가 제시한 수입콩 공급가격 ㎏당 약 1400원과 비교하면 약 200원 높은 수준으로, 일반적인 국산콩 가격보다 낮춰 공급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정부가 보유한 수입콩 재고 1만3000톤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국산콩 할인 공급과 비축 수입콩 공급을 함께 고려하면 올해 시장에 공급되는 전체 가공용 콩 물량은 평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수입콩 대신 국산콩 공급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식량 자급률 정책도 있다. 농식품부는 국내 콩 생산을 확대하고 가공업체의 국산 원료 사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추가 수입 물량 증량 여부는 국내 수급 여건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라며 국산콩 재고가 있다면 국산콩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산콩으로 바로 대체할 수 있나…정부와 업계 시각차
정부가 국산콩을 할인 공급하고 있음에도 업계의 불만이 계속되는 이유는 가격뿐 아니라 실제 두부 제조 과정에서 사용하는 원료의 특성이 다르다는 주장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가공용 수입콩의 가격은 ㎏당 1400원대인 반면 일반적인 국산콩은 이보다 크게 비싸다. 정부가 국산 비축콩을 1600원 수준까지 낮춰 공급하면서 가격 차이는 상당 부분 줄였지만, 업체들은 국산콩과 수입콩의 크기와 단백질 함량 등 가공 조건이 달라 단순히 섞어서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한다.
연식품업계가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설명에 따르면 수입콩은 지름이 약 5㎜, 국산콩은 약 8㎜ 수준으로 차이가 있으며 콩을 물에 불리는 수침 과정에서도 적정 시간이 약 1시간30분에서 2시간 정도 달라질 수 있다. 서로 다른 크기의 콩을 동일한 시간 동안 처리하면 일부 콩이 지나치게 불거나 충분히 불지 않아 품질과 생산 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측 설명이다.
단백질 함량도 쟁점으로 제기됐다. 같은 국산콩이라도 재배 지역과 재배 방식 등에 따라 가공 특성에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수입콩 중심으로 맞춰진 생산공정에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는 업계가 제시한 가공 현장의 설명으로, 정부는 국산콩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수요조사와 신청을 거쳐 할인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결국 올해 수급 상황을 두고 정부와 업계가 사용하는 기준 자체가 다르다. 업계는 수입콩만을 기준으로 25만톤이 필요하다고 보고 22만톤 공급계획에서 발생한 3만톤의 차이를 공급 부족으로 판단한다. 반면 정부는 수입콩뿐 아니라 국산 비축콩까지 가공용 원료 공급량에 포함해 전체 물량을 계산하고 있다.
다음 주 민관 협의체 가동…수입 확대 여부도 논의 대상
농식품부는 업계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가공업계와 농업인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수급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협의체는 다음 주 중 가동될 예정이며, 실제 가공업체의 원료 수요와 국산콩 공급 여건 등을 함께 살펴 정책 조정이 필요한 부분을 검토한다.
이번 논의에서 확인해야 할 첫 번째 문제는 국산 비축콩 2만1000톤이 실제 가공 현장에서 어느 정도 사용될 수 있는지다. 배정이 완료됐다는 사실과 각 업체가 실제로 해당 물량을 받아 기존 수입콩 대신 생산에 활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정부가 추가로 공급하기로 한 수입콩 재고 1만3000톤이 현장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급되는지다. 업계가 이르면 9월 말부터 일부 업체의 재고가 부족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공급 시기도 수급 안정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세 번째는 업계가 요구한 TRQ 증량 여부다. 정부는 현재 국산콩 재고와 전체 공급 물량을 고려하면 수입콩을 반드시 추가 증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지는 않고 있다. 송미령 장관 역시 증량은 국내 여건에 따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두부 생산용 콩이 실제로 3만톤 부족하다고 확정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수입콩 물량이 평년보다 약 3만톤 감소한 것은 정부도 인정하지만, 업계는 이를 직접적인 원료 부족으로 보는 반면 정부는 국산 비축콩 2만1000톤과 수입콩 재고 1만3000톤 등을 통해 평년 수준의 전체 공급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향후 두부 생산 차질 여부는 정부가 확보한 물량이 실제 중소 가공업체까지 원활하게 공급되는지, 국산콩이 기존 생산공정에서 어느 정도 수입콩을 대체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음 주 예정된 민관 협의체에서는 이 같은 현장 문제와 함께 추가 수입 필요성, 국산콩 활용 방식, 중장기적인 가공용 대두 공급체계가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