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 2’ 에미상 3관왕, 윤여정 여우조연상은 불발

한국계 미국인 이성진 감독이 만든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 시즌2가 제78회 에미상에서 음향과 의상 분야를 중심으로 3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윤여정은 컨트리클럽 소유주 박 회장 역으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작품상과 연기상 등 주요 부문에서도 트로피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시즌1의 8관왕 기록과는 다른 결과표를 받았다.

제78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본 시상식은 1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에서 열렸다. ‘성난 사람들 2’는 이번 에미상에서 여러 제작·연기 부문 후보에 오르며 시즌1에 이어 다시 경쟁에 나섰다. 최종적으로 수상한 부문은 미니시리즈·앤솔러지 시리즈·영화 음향 믹싱상, 음향 편집상, 현대극 의상상 등 3개다.

‘성난 사람들 2’ 에미상 3관왕, 어떤 부문에서 받았나

이번 시즌의 세 차례 수상은 모두 작품의 제작 완성도를 평가하는 분야에서 나왔다. 음향 믹싱상은 ‘It Will Stay This Way And You Will Obey’ 에피소드가 받았으며, 같은 에피소드가 음향 편집상까지 차지했다. 현대극 의상상은 ‘All The Things We’re Never Going To Have’ 에피소드에 돌아갔다.

‘성난 사람들 2’는 작품 자체뿐 아니라 출연진과 제작진도 폭넓게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 오스카 아이작은 미니시리즈·앤솔러지 시리즈·영화 남우주연상, 캐리 멀리건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윤여정과 찰스 멜턴은 각각 같은 분야의 여우조연상과 남우조연상 후보가 됐다.

이성진 감독 역시 각본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연출 부문에서도 작품이 경쟁했다. 여기에 작품상과 캐스팅, 촬영, 편집, 스턴트 등 제작 전반에 걸쳐 후보가 배출됐다. 결과적으로 주요 작품·연기 부문의 수상은 놓쳤지만, 음향과 의상이라는 서로 다른 제작 분야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는 시즌1과 비교하면 수상의 무게중심이 달라진 결과다. 시즌1은 2024년 열린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 등을 포함해 8관왕을 기록했다. 스티븐 연과 앨리 웡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첫 시즌이 주요 작품·연기 부문까지 휩쓸었다면, 두 번째 시즌에서는 제작 기술 분야의 세 부문이 실제 수상으로 연결됐다.

윤여정 ‘박 회장’으로 여우조연상 후보, 수상자는 린다 카르델리니

한국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인물은 윤여정이었다. 윤여정은 시즌2에서 컨트리클럽 소유주인 박 회장을 연기해 미니시리즈·앤솔러지 시리즈·영화 부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해당 부문의 수상 결과는 6일 열린 사전 시상식에서 먼저 공개됐으며, HBO 시리즈 ‘DTF 세인트루이스’에 출연한 린다 카르델리니가 트로피를 받았다.

윤여정은 수상 여부가 이미 결정된 뒤에도 14일 본 시상식에 참석했다. 흰색 민소매 드레스를 입고 시상식 현장을 찾으면서 ‘성난 사람들 2’ 출연진 가운데 한국 배우로서 다시 주목받았다.

윤여정이 연기한 박 회장은 이번 시즌의 배경과 인물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인물이다. 시즌2는 부유층이 이용하는 컨트리클럽을 주요 무대로 삼고, 경제적 지위와 세대가 서로 다른 두 커플의 관계가 충돌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총지배인 부부와 젊은 직원 커플이 서로의 약점을 쥐게 되면서 갈등이 확대되는 구조다.

시즌2에는 윤여정과 함께 송강호도 출연했다. 송강호는 박 회장의 연하 남편 역할을 맡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배우가 이성진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에 함께 등장한다는 점은 공개 전부터 관심을 모은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시즌1과 인물 바꾼 ‘성난 사람들’, 앤솔러지 방식으로 확장

‘성난 사람들’은 이성진이 만든 넷플릭스 코미디 드라마 시리즈다. 첫 시즌은 스티븐 연이 연기한 대니 조와 앨리 웡이 맡은 에이미 라우가 도로에서 우연히 충돌한 뒤 감정적 대립을 멈추지 못하면서 서로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는 과정을 다뤘다.

두 번째 시즌은 첫 시즌의 인물 관계를 그대로 이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과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앤솔러지 형태를 취했다. 오스카 아이작과 캐리 멀리건, 케일리 스패니와 찰스 멜턴이 각각 두 커플의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배경 역시 달라졌다. 첫 시즌이 두 사람 사이에서 시작된 일상적인 충돌이 걷잡을 수 없는 대립으로 커지는 과정을 따라갔다면, 시즌2는 컨트리클럽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계층과 세대가 다른 인물들이 서로의 비밀과 약점을 알게 되면서 관계가 흔들리는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다만 시즌이 달라져도 갈등을 통해 인물들의 내면과 관계를 파고든다는 작품의 기본적인 성격은 이어진다. 시즌2가 새로운 배우와 공간을 선택하면서도 ‘BEEF’라는 제목 아래 별개의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번 에미상 결과도 시즌2가 시즌1의 성공을 단순히 반복한 작품은 아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첫 시즌에서는 작품상과 주연 배우들의 연기상이 두드러졌고, 두 번째 시즌에서는 음향 믹싱과 음향 편집, 현대극 의상 등 화면과 이야기를 구현하는 제작 분야가 수상으로 연결됐다.

제78회 에미상은 ‘위도우스 베이’ 14관왕, ‘더 피트’ 작품상 2연패

올해 에미상에서 가장 많은 트로피를 가져간 작품은 애플TV의 호러 코미디 ‘위도우스 베이’였다. 이 작품은 사전 시상식과 본 시상식을 합쳐 14개 부문을 수상했다. 코미디 시리즈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과 각본상, 연기상 등이 포함됐다.

특히 매슈 리스는 ‘위도우스 베이’로 코미디 시리즈 남우주연상을 받고, ‘더 비스트 인 미’로 미니시리즈·앤솔러지 시리즈·영화 남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 한 해에 두 개의 서로 다른 남우주연 부문에서 동시에 수상한 기록을 세우며 이번 시상식의 주요 수상자로 이름을 남겼다.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은 HBO 맥스의 의학 드라마 ‘더 피트’가 받았다. ‘더 피트’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을 차지했다. 주연 노아 와일 역시 드라마 시리즈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미니시리즈·앤솔러지 시리즈·영화 작품상은 ‘DTF 세인트루이스’에 돌아갔다. 이 작품은 윤여정과 같은 여우조연상 부문에 이름을 올린 린다 카르델리니의 수상작이기도 하다.

CBS의 장수 심야 프로그램 ‘스티븐 콜베어의 레이트 쇼’도 버라이어티 시리즈상을 받았다. 1993년부터 이어져 온 CBS의 ‘레이트 쇼’는 스티븐 콜베어가 2015년부터 진행을 맡아왔으며, CBS는 앞서 프로그램 종료 방침을 발표하면서 재정적인 이유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제78회 에미상에서 ‘성난 사람들 2’가 남긴 성적은 3관왕이다. 시즌1처럼 작품상과 주요 연기상을 포함한 대규모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두 개의 음향 부문과 현대극 의상 부문에서 제작진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은 불발됐으며, 작품상과 주연·조연 연기상 역시 다른 후보들에게 돌아갔다.

시즌1의 8관왕 이후 배우와 배경, 갈등 구조를 새롭게 구성한 시즌2가 다시 에미상 주요 후보군에 포함됐다는 점과 함께, 실제 수상이 제작 기술 분야에 집중됐다는 점이 이번 결과의 핵심이다. 이성진 감독의 ‘성난 사람들’은 두 시즌에 걸쳐 서로 다른 인물과 이야기를 내세우면서 에미상 수상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