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HD현대중공업 50K LPG운반선 개발…중형 시장 겨냥

KR(한국선급)과 HD현대중공업이 기존 중형 LPG운반선의 선형을 세분화한 50K급 LPG운반선을 공동 개발했다. 기존 45K급과 60K급 사이에 새로운 크기의 선박을 배치해 화물 적재 효율과 운항 경제성, 항만 접근성을 함께 고려한 것이 핵심이다. KR은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가스텍(Gastech) 2026’에서 HD현대중공업이 설계한 50K LPG운반선에 개념승인(AIP)을 수여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HD현대중공업은 선박의 개념 및 기본설계를 담당했고, KR은 최신 국제 기준과 가스운반선 관련 선급 규칙을 토대로 설계의 적합성을 검토했다. 50K급이라는 새로운 선형을 제시함으로써 대형 LPG운반선과 기존 중형선 사이에서 다양한 운송 조건을 요구하는 선주와 화물 운송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50K LPG운반선은 무엇이 다른가

이번 개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선박의 크기다. LPG운반선은 화물창 용적을 기준으로 선박 규모를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개발된 선박은 50K, 즉 5만㎥급 LPG운반선으로 기존 4만5000㎥급과 6만㎥급 사이에 자리 잡는다.

HD현대중공업과 KR은 이 중간 영역에 별도의 선형을 제시했다. 특정 크기의 선박을 단순히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중형 LPG 운송 시장에서 요구되는 적재 효율과 운항 경제성을 고려해 다양한 화물 운송 수요와 운항 조건에 대응하도록 설계했다.

선박의 크기는 실제 운항에서 여러 조건과 연결된다. 운송해야 하는 LPG 물량뿐 아니라 입항하는 항만과 운항 노선 등도 선박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LPG 물동량 증가와 운항 환경 변화 속에서 대형선과 차별화되는 효율성과 항만 접근성을 갖춘 중형 LPG운반선에 대한 수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이미 중형 가스운반선 분야에서 선박을 건조해온 점도 이번 프로젝트를 이해하는 배경이 된다. 회사는 2026년 4월 이중연료 엔진을 장착한 4만6000㎥급 중형 가스운반선 2척의 명명식을 울산 조선소에서 진행했다. 해당 선박들은 벨기에 선사 엑스마르의 자회사 엑스마르 LPG 프랑스가 발주한 4척 가운데 첫 번째와 두 번째 선박으로,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건조됐다.

이번 5만㎥급 LPG운반선은 이러한 중형 가스선 기술 경험과 별개로 화물 운송 시장의 세분화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새로운 선형이다. 45K급과 60K급 사이를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선주가 운송 규모와 운항 조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선형의 범위를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Type A 독립탱크 적용…LPG 화물은 어떻게 운송하나

LPG운반선은 액화석유가스를 액체 상태로 저장해 해상으로 운송하는 선박이다. 가스를 액화한 상태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화물선과 달리 화물의 온도와 압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동시에 화물창의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제한된 선체 공간 안에서 적재 효율도 높여야 한다.

이번 50K급 선박에는 Type A 독립탱크가 적용됐다. 독립탱크는 화물을 저장하는 탱크가 선체 구조와 분리된 형태로 구성되는 방식이다. 개발된 선박은 이 탱크를 이용해 저온 상태의 LPG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운송하도록 설계됐다.

가스운반선에서 화물탱크는 단순한 저장 공간이 아니다. 운송 과정에서 액화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화물의 특성을 반영해야 하고, 선박이 운항하면서 받는 하중과 화물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화물탱크의 구조와 배치는 선박의 안전성과 적재 능력에 직접 연결되는 핵심 설계 요소다.

이번 공동개발에서 HD현대중공업은 이러한 조건을 반영한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KR은 설계 결과가 국제 기준과 가스선 관련 규칙에 부합하는지 검토했다. 선박이 실제 건조 단계로 넘어가기 전 설계 개념의 기술적 타당성을 선급 관점에서 확인하는 절차가 이번에 받은 AIP다.

개념승인 AIP 의미는…실제 선박 건조와는 다른 단계

개념승인(AIP·Approval in Principle)은 새로운 선박이나 기술의 설계 개념을 선급이 관련 규칙과 국제 기준에 따라 검토하고, 현재 단계에서 기술적으로 중대한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새로운 선형이나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을 개발할 때 설계 방향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단계로 활용된다.

따라서 AIP를 받았다는 사실이 해당 선박의 실제 수주나 건조가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HD현대중공업이 제안한 50K LPG운반선의 기본적인 설계 개념을 KR이 검토해 기술적 기반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

조선소 입장에서는 새로운 선형을 시장에 제안하기 전에 선급과 함께 관련 규정과 안전 요건을 설계 단계부터 확인할 수 있다. 선급은 개발 과정에서 적용되는 규칙과 국제 기준을 검토하고, 새로운 설계가 실제 선박 개발 단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적 적합성을 살핀다.

KR과 HD현대중공업은 가스텍 2026에서 이번 50K LPG운반선 외에도 선박 기술 분야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는 선박 구조설계에 사용되는 3D 모델을 선급 승인 과정에서도 직접 활용하는 3D 모델 기반 승인 프로세스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는 조선소가 3D 모델로 선박을 설계한 뒤 선급 승인을 위해 다시 2D 도면을 작성해야 했지만, 설계 데이터를 승인 과정까지 직접 연결해 중복 업무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또한 HD현대중공업은 KR, 영국 BAR Technologies, 라이베리아 기국과 풍력보조추진시스템 ‘WindWings’를 적용한 LNG운반선 공동개발에도 나섰다. 50K LPG운반선 개발과 함께 가스선 분야에서 선형, 설계 승인, 친환경 추진 기술 등 여러 영역의 기술 개발을 병행하고 있는 셈이다.

중형 LPG운반선 시장 대응…선형 다양화에 초점

HD현대중공업이 이번 50K급 선박에서 강조한 방향은 시장 변화에 맞춘 선종 다양화다. 회사는 LPG 물동량과 운항 환경의 변화에 따라 대형선과 다른 효율성과 항만 접근성을 갖춘 중형선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45K급과 60K급 사이에 50K급을 추가한 이유도 하나의 표준 크기에 맞추기보다 고객의 운송 조건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류홍렬 HD현대중공업 기술본부장은 이번 50K급 LPG운반선이 시장 변화와 고객의 다양한 운송 수요를 반영해 개발한 선박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시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선종을 다양화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KR 역시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중형 LPG운반선 시장의 기술적 요구와 연결했다. 연규진 KR 부사장은 개념승인을 통해 중형급 LPG운반선 시장의 기술적 요구에 대응하고 새로운 선형 개발을 위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조선소와 기술 협력을 이어가면서 안전성과 효율성을 갖춘 선박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 계열 조선사들은 가스운반선의 크기와 화물 종류를 확대하는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HD현대삼호는 최근 9만3000㎥급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제인 머스크’를 인도했다. 이 선박은 액화 암모니아와 LPG를 모두 수송할 수 있도록 건조됐다. 중형 가스운반선부터 초대형 가스운반선까지 서로 다른 운송 수요에 대응하는 선박 기술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50K LPG운반선은 아직 실제 발주나 건조가 발표된 선박이 아니라 개념승인을 마친 새로운 설계라는 점이 중요하다. 향후 시장에서 실제 선주 수요와 연결되는지, 45K급과 60K급 사이에서 50K급 선형이 어떤 운항 조건과 노선을 중심으로 선택될지는 추가 수주와 상용화 과정에서 확인될 부분이다. 이번 AIP는 그에 앞서 중형 LPG운반선의 새로운 크기와 설계 선택지를 기술적으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